<아빠> 뇌경색에 걸린 아빠와 딸의 이야기
절뚝절뚝,
아빠는 딸의 생일 선물이라며 이마트에서 한껏 장을 봐오셨다.
저 큰 박스를 어찌 손으로 들고 왔을지
저 큰 케이크는 어찌 서울까지 가져가라는 건지
손질 가자미는 도대체 왜 사셨는지
딸내미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꼬깃꼬깃한 10만 원은 어디서 모은 건지
어버이날 드린 용돈 일부를 안 쓰셨던 건지
아빠보다 내가 이제 부자라고,
됐다는데도 굳이 정색하며 쥐어 주신다.
주섬주섬 와인 병을 가방에 담고
떡 뭉텅이와 빵도 가방에 넣고
4인은 족히 먹을 케이크를 줄에 묶어서 들고
집을 나서기 전에 아빠한테 물었다.
-아빠는 진짜 나를 사랑하나 봐?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고
생일 축하 노래할 때 내 이름도 한 번에 못 부르는,
심지어 저 모든 선물을 내 체크카드로 긁은
아빠지만
깊고, 끈덕지게 사랑합니다.
나를 있게 해 준
아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고
아빠의 방식대로 지켜 준
그 모든 순간을
p.s/근데, 아빠 손질 가자미…... 이거 진짜 나 주려고 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