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4살 우리 아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제때 낮잠을 자서 밤에도 9시 정도에 자 주면 좋겠지만 패턴이 꼬였다. 태어나서부터 잠 자기를 원체 거부했던 아이여서 그런지 잠자리에 들기가 쉽지가 않다. 항상 11시를 넘겨 밤잠을 잔다.
그러다 보니 평일 아침이면 우리 집엔 등원 전쟁이 펼쳐진다. 수차례 깨워도 아이는 일어나질 않기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서 겨우 일으켜 놓으면 아이는 침대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겨 벌러덩 누워버린다. 2차전 시작이다.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애타는 건 어미 마음뿐. 처음엔 최대한 스무스하게 데리고 나가보려고 유한 말들로 아이를 움직여 본다. "지각하면 안 돼"를 에둘러서,
"오늘은 무슨 옷 입고 가볼까?"
"오늘 아침 간식 맛있는 것 나온대."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대. 빨리 가보자"
"OO이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나 봐. 같이 놀려고."
등등.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 이렇게 애쓰고 있었구나 싶다.)
최대한 아이 마음을 구슬린다. 내 화를 삭이고 또 삭이면서.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아이는 늘 꾸물거리고 준비를 안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분노는 이렇게 터지고 만다.
"빨리 나와. 지각이야!"
"친구들은 다 갔는데 너 혼자 늦게 갈 거야?"
문 밖을 나서면 화를 냈다는 사실을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나는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며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간다. 언제나 그렇듯 정작 본인은 태연하고 나만 마음이 급해서 걸음을 재촉한다. 그 사이 나는 땀을 한 바가지 쏟는다. 아무리 한 여름이라도 오후 땡볕보다 아침 9시가 더 더운 이유다.
이렇게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마음이 무겁다. 화 내지 말 걸... 후회만 잔뜩 남는다. 한편으론 유치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아이가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누굴 닮아서 아침잠이 많은지 말이다. (참고로 나랑 남편은 새벽 기상에 문제가 없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산다. 그것도 1L 빅사이즈로! 그렇지 않으면 아침부터 지친 내 마음을 달래줄 길이 없다. 커피 수혈부터 해야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언제고 내가 이런 등원 패턴과 1L짜리 아메리카노 이야기를 아는 작가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 작가님께서는 그런 사이즈가 있는 줄 모르셨다고. 그러시면서 다음엔 바꿔서 마셔보라며 달달한 연유라떼 쿠폰을 보내주셨다. 세심한 배려에 참 많이 감동한 날이었다.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지만, 그렇게 나는 아침마다 빅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 하는 사람이 되었다. 열과 화로 답답한 내 마음을 뚫어주는 유일한 길. 나는 오늘도 참새 방앗간처럼 카페에 들러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