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녹차 전문점에 들렀다. 마침 햇녹차를 재배하셨다며 시음을 하게 해 주셨는데, 기존에 먹던 녹차보다 훨씬 신선한 맛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급격히 녹차에 관심이 생겼고, 그러다 조금 더 진하고 씁쓸한 맛이 나는 말차에 빠져버렸다.
말차(抹茶)는 시루에서 쪄낸 찻잎을 그늘에서 말린 후 잎맥을 제거한 나머지를 맷돌에 곱게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이를 물에 타 음용하는 차를 뜻한다. 말차는 햇차의 새싹이 올라올 무렵 약 20일간 햇빛을 차단한 차밭에서 재배한 찻잎을 증기로 쪄서 만들기 때문에 빛깔이 진녹색으로 무척 곱다. 또한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 마시는 잎차에 비해 찻잎을 통째로 먹는 말차는 물에 우려 지지 않는 차의 유익한 성분까지 모두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나의 말차 사랑에 더 불을 지핀 건, 아놀드 홍이라는 트레이너의 말차라테 추천 영상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타벅스 말차프라푸치노이고, 그의 레시피가 따로 있어서 커스텀 주문을 해야 한다.
<아놀드홍 레시피>
스타벅스 말차프라푸치노 벤티사이즈 기준
- 시럽 제외
- 두유로 변경
- 말차 4번 추가
- 휘핑크림 많이
(전제조건: 평상시에 식단, 운동을 하는 사람)
사실 나는 이렇게까지 먹어보진 않았다. 평소에 운동과 식단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나는 아가리어터다.) 단지 이렇게 몸을 유지하는 분이 드시는 간식이라는 점에서, 말차 성분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포인트에 착안했을 뿐이다.
내 경험을 보태자면, 스타벅스에서는 말차라테가 정말로 맛있다. 나는 시럽을 빼달라고 주문을 하는데, 톨 사이즈보다는 숏사이즈가 딱 먹기에 적당히 좋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쓴맛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점마다 다른데, 말차 위에 올라가는 우유거품이 맛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따뜻하고 쫀쫀하게 우유거품을 올려주는 곳이 최고! 스벅 파트너를 잘못 만나면 우유거품이 쉽게 허물어지거나 심지어는 차갑기까지 했다. 맛이 균일하지 못하고 점바점(점 by 점; 지점마다 다르게)이라는 사실은 정말 애석하다. 참고로 시럽 뺀 말차 프라푸치노는 맛이 없다. 나는 휘핑크림을 빼는 것이 디폴트 값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근처에 많은 카페가 있고, 곳곳에서 말차라테를 판매하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사실! 커피믹스처럼 말차라테도 기성품을 쓰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럽을 빼달라고 할 수가 없다. 이미 단 맛이 제조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말차 가루로 제조를 해주는 곳만 찾아가서 먹는다. 하지만 일일이 이런 곳을 찾아다니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말차라테를 마시기 위해선 처음부터 스타벅스로 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다만 맛이 점바점이라는 것은 감안해야겠지만 말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다 결국 나는 말차가루를 사고야 말았다. 마침 유기농 먹거리를 파는 한살림에서 갓 수확해 만든 말차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덥석 사버린 나는, 집에선 스타벅스 같은 말차라테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머지않아 알아버리고 말았다. 결국 우유거품 제조기를 추가로 샀다. 그리고 SNS를 보다 보니 또 '차선'이라는 것이 있더라. 말차를 물에 풀어서 차선으로 세게 저어야 거품이 일면서 잘 풀리는 기능인 것 같았다. 이것까지 사는 건 오바인 것 같아서 꾹 참고 있다. 그냥 집에 있는 거품기로 해보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러다 다도세트를 사버리는 것은 아닌지... 팔랑귀에다 솜털같이 가벼운 내 마음을 경계하고 있다. 장비빨 세우는 전형적인 한국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집 앞 스타벅스에 가서 말차라테 한 잔 하고 와야겠다. 역시 뭐든 사 먹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