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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Aug 05. 2023

춘자의 꿈 (5)

서울 상경

30. 부산역, ktx 타는 곳, 오후. 


ktx 타는 곳 입구로 걸어가는 세 사람. 종이가방이 얹어진 캐리어를 끌고 가는 준석. 왼쪽엔 또 다른 준석의 캐리어를 끌어주는 동글이. 오른쪽엔 준석의 엄마가 백팩을 메고 걸어가고 있다. 입구에 도착해 준석에게 짐을 몰아주며 세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엄마 : 참 준석님 대단하십니다.

동글이 : 다 잘 될 껍니다. 어무이. (준석을 보며) 마 맞제?

준석 : 뭐 어디 멀리 가나. 어무이. 가께요. 전화하께요. (동글이를 보며) 동글아 고맙다이.


등에 백팩을 메고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힘차게 걸어가는 준석. 


31. 군자역, 5번 출구, 오후.

 

서울 군자역에 도착한 준석. 핸드폰 화면과 출구번호를 번갈아 보며 약속 장소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준석 : 군자역 5번 출구. 군자역 맞제?


그때 저 멀리서 걸어오는 광민이. 


광민 : 준석아~.

준석 : 어 광민아~.

 

오랜만에 만난 둘은 반가워 보인다.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묻는 준석. 


준석 :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광민 : 당연히 잘 지냈지. 그냥 며칠 만에 바로 올라와삐네?

준석 : 뭐 원래 오고 싶어 했는데 니 덕분에 이래 오게 됐네? 고맙다.

광민 : 뭘 고맙노. 친구끼리. 가자. 이쪽이다.


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광민을 따라 걷는다. 

 

32. 군자역, 빌라, 집 입구, 오후.

 

광민을 따라 빌라로 들어가는 준석. 현관문이 열리자 입구에 꽤 많은 운동화가 있다. 눈이 휘둥그레진 준석. 


광민 : 다 왔다. 들어온나.

준석 : 신발이 와이래 많노?

광민 : 어? (살짝 당황하며) 좀 많다.


방 안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나와 준석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승찬 : 준석 씨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명호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기세 : 준석 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서 오세요.


준석은 부담스러운 환영인사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준석 : 아 네. 반갑습니다. (고개 살짝 숙이며) 안녕하세요.

광민 : 준석이 니 오늘 온 거 축하해 준다고 동료들하고 같이 있었다.

준석 : 아 맞나?.. 내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오께.

광민 : 어어. 저쪽. 

 

화장실 안. 볼일을 보려는 준석의 눈에 칫솔통이 들어온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준석 : 칫솔이 와이래 많노?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준석. 


33. 군자역, 빌라, 방 안, 저녁

 

방으로 돌아온 준석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한다. 밥공기에 다들 밥이 1/3씩만 채워져 있다. 1인 1국 그릇이 있기는 한데 무슨 국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건더기가 부족하다. 준석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밥그릇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


일동 :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기세. 준석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밥을 덜어준다.


기세 : 준석 씨. 여기. 

 

그러자 옆 사람, 옆 옆 사람 모두가 자신의 밥을 한술 떠서 준석에게 준다. 준석의 밥공기는 온전한 한 공기가 되고 덜어준 사람들은 1/4 공기가 된다. 눈치 빠른 기세는 준석이 부담스러워할까 서둘러 말한다. 


기세 : 원래 처음 오면 이렇게 다 나눠서 주고 환영하는 거예요. (웃으며) 많이 드세요.

준석 : 아니 이거를.. 저만 한 공기고 다들 너무 적은데요.

기세 : (미소 지으며) 괜찮아요.

준석 : 네.. 감사합니다.

명호 : 이 국이 무슨 국인지 모르겠죠?

준석 : 네.. 이게 무슨 국인지를.. 무슨 국입니까?

명호 : 닭이 있어요. 닭이 있는데. 저희가 끓이는 냄비가 팔팔 끓을 때 후다닥! 달려와가지고 발 한쪽을 아주 잠깐 담그고 후다닥 가면은! 이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계란국입니다.


자기가 얘기하고 자기가 호탕하게 웃는다. 같이 웃어주는 준석. 


준석 : 아 계란국.. 발을 엄청 빠르게.. 하하.. 이 건더기가 닭...

명호 : (즐거워하며) 네. 후다닥


건더기가 얼마 없는 국을 쳐다보는 준석. 밥을 먹기 시작한다. 

 

34. 군자역, 빌라, 방 안, 저녁

 

취침 준비를 하는 사람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광민은 이불을 깔고 베개를 세 개 놓는다. 먼저 자리에 눕는 기세. 광민과 준석도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준석은 작은 목소리로 광민에게 물어본다. 


준석 : 다들 여기서 자는기가?

광민 : 니 축하해 준다고 왔는데, 시간도 늦고 해서 다 같이 여기서 자고 출근할라고.

준석 : 축하를 이래 많은 분들이.. 이야 참.. 대단하네.

광민 : 내일 새벽 4시 20분쯤 일어나야 되니까 빨리 자자.

준석 : (놀라며) 4시 20분??? 뭔데 그리 일찍 일어나노.

광민 : 원래 좀 일찍 간다.

준석 : 좀 일찍이 아이고 4시 20분이면 뭐고? 돌았네.


너무 빠른 기상 시간에 깜짝 놀란 준석.


광민 : 일단 자자. 낼 또 교육받고 할라면 언능 자야 된다.


준석은 탐탁지 않아 하며 짧은 한숨을 내쉰다. 


35. 군자역, 빌딩, 실외, 새벽. 


4층 빌딩 앞. 택시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동료들. 준석 일행 외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준석 일행도 뒤따라 들어간다. 


CUT TO.


지하 2층으로 내려와 강당 안으로 들어가는 준석. 100여 명 정도의 인원이 동그랗게 앉아 있다.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어 놀라는 준석. 


준석 : 와.. 시바.. 뭔데?


옆에 서있는 광민을 보며


준석 : (속삭이며) 마, 광민아. 뭔데? 사람 와이래 많노?

광민 : 보면 안다. 그냥 봐 바바.

준석 : 마 지금 새벽 5시다.


지부장이 일어나서 얘기한다.


지부장 :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우선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 오신 분들 인사 먼저 나누고 시작할게요.


여자친구를 데려온 사람, 후배를 데려온 사람 등 차례대로 일어나며 인사한다. 준석의 차례가 된다. 


준석 : 안녕하세요. 여기 옆에 김광민 친구 김준석입니다. 반갑습니다.


사람들은 박수 치며 환영해 준다. 


지부장 : 그럼 인사도 다 끝났고 힘차고 재밌게 하루를 열겠습니다. 웃으면서 신나게!! 명호 씨부터?

 

명호는 활기차게 바닥을 두드리며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모두가 외친다. 삼육구삼육구! 삼육구삼육구! 

걸린 사람은 일어나서 춤을 추고 양 옆 두 사람씩 더 일어나서 같이 춤을 춘다. 그러고 나서 다시 삼육구를 시작한다. 


준석 : (황당한 듯) 이게 뭐고?? 니 이거 이상한 거 아이가?

광민 : (태연한 척) 뭐가?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이다. 있어보면 안다.


광민을 계속 쳐다보는 준석. 준석의 옆 옆 사람이 걸리고 준석은 얼떨결에 사람들 따라 일어나 춤을 춘다. 


36. 군자역, 빌딩, 실내, 낮.


스무 쌍 정도 되는 교육자, 교육생이 마주 앉아 1:1 교육을 진행 중이다. 준석은 자신보다 두 살 어려 보이는 남자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자 : 이게 만약에 형님께서 일을 안 하시고 다른 거를 하고 계셔도 돈이 들어오게 되거든요. 일단 시스템을 설명을 드리자면.


준석은 속으로 생각한다. 


준석 na) : 다단계면 니는 내한테 죽는다.

교육자 : 여기 제 카라에 붙은 이 배지 있죠? 이걸 달게 되면 이제 매니저가 되는데 매니저가 되면 어떻게 되냐면 물건을 팔 수 있는 거예요. 물건을 팔고, 또 그 사람이 팔고 하면 통장에 점차 돈이 쌓이게 되고


말을 끊는 준석.


준석 : 아니 저기 잠깐만요.

교육자 : 네?

준석 : 배지를 그냥 달게 해 줍니까?

교육자 : 아니죠 형님. 물건을 사셔야죠. 물건을 사면 이 배지를 달 수 있는 자격이 되고


어이없는 준석은 다시 말을 끊으며


준석 : 그 물건이 얼만데요?

교육자 : 250만 원이요.

준석 : 그게 뭔데요?

교육자 : 비타쎈이라고 해서 비타민인데 종류가 엄~청나게

준석 : (말 자르며) 제 친구도 샀어요?

교육자 : 광민이 형님이요? 그럼요 사셨죠. 저기 배지 달고 있잖아요.

준석 : 제 친구 돈 없을 텐데?

교육자 : 빌려서 사셨죠.

준석 : 빌려서요?


배지를 단 광민은 교육장 한쪽 편에서 앞사람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 광민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준석. 다시 앞에 있는 교육자를 쳐다본다. 


준석 : 본인도 사셨어요?

교육자 : 그럼요.

준석 : 굉장히 실례지만... 나이가?

교육자 : 저 스물입니다.


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탄식한다.


준석 : 네. 계속 얘기해 보세요.


37. 군자역, 빌라 근처, 식당, 저녁.


준석과 광민은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를 하고 있다. 준석은 소주를 한잔 털어 넣고 광민에게 말한다. 


준석 : 니도 그거 샀단 말이가?

광민 : 어 샀지.

준석 : 마. 정신 차리라.

광민 : 정신은 니가 차리야지. 니 이상한 생각하고 있제?


준석은 친구 광민을 생각해서 차분하게 설득한다.


준석 : 이상한 생각이 아이고. 광민아. 이런 거 하지 말고 다른 거 해라. 진짜 니 임마 큰일 난다이.

광민 (정색하며) 말 함부로 하지 마라. 그런 거 아이다. 나도 나중에 학교 다시 가고 할려면 돈 벌어야 되니까 지금은 감수하고 하는 거고. 니 안할라면 하지 마라. 강요 안 한다. 근데 말은 함부로 하지 마라.


기가 차는 준석은 정색하며 광민에게 말한다. 


준석 : 말 함부로 하지 마? 이 새끼야. 내가 욕을 안 할라해도.. 아이다.. 마 됐다.. 전화해서 숙소에 있는 사람한테 내 캐리어 가지고 나오라 해라. 다시 안 드간다. 정신 차리고 임마.


준석은 남은 잔을 마시고 일어나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간다. 


38. 압구정역, 로데오거리, 저녁.

 

자정이 다 되어가는 한산한 로데오거리. 준석은 캐리어 두 개를 힘겹게 끌며 고시원을 찾고 있다.


준석 : 내가 진짜 고시원은 안 갈랬는데..

 

거리를 계속 두리번거리는 준석.


준석 : 압구정은 무슨 고시원도 없노?


39. 압구정, 고시원, 방 안, 낮.


침대에 누워있는 준석. 키가 커서 발목이 침대 밖으로 나와 있다. 천장을 보는 준석. 방 안에는 작은 티비, 작은 냉장고 그리고 작은 창문이 있다. 


준석 : 창문 있는 방 27만 원, 창문 없는 방 24만 원.. 그래도 창문은 있어야 안 되겠나..

 

준석은 대충 짐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살며시 방문을 열고 나오다 옆방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준석 : 아, 깜짝이야.. 하..

 

아저씨는 호텔 샤워가운을 입고 있고 머리에는 수건을 멋지게 감싸고 있다. 손에 들린 은은한 향의 커피. 복도를 걸어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준석은 말한다. 


준석 : (나지막이) 고시원에서 별 쌩난리 부루스네..


40. 압구정, 고시원 건물 지하 1층 pc방, 낮.

 

준석의 양옆으로 앉은 사람들의 스피커에서는 게임 소리가 시끄럽게 흘러나온다. 준석은 그 사이에서 모니터를 보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준석 : 일을 구해야 되는데..

준석 : 보조출연? 음.. 이건 뭐지? 하루 10만 원?? 오? 집 근천데?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를 거는 준석.


준석 : 여보세요? 네. 알바 공고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내일 저녁 9시까지요? 학동사거리에서 네네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요 Oh show가라오케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헤드폰을 쓰고 스타크래프트 실행 버튼은 더블 클릭하는 준석. 


41. 학동사거리. 가라오케. 저녁

 

가라오케 룸 안. 준석은 커다란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실장 누나를 보고 있다. 잠시 후 담배를 끄며 준석에게 질문하는 실장 누나. 


실장누나 :준석이는 뭐 잘해?

준석 : 잘하는 거요?

실장누나 : 응, 뭐 춤이라든지 노래나 잘하는 거.

준석 : (잠시 고민하다).. 노래요.

실장누나 : 그래? 손님 없을 때 빈방 들어가서 노래도 부르고 연습하고 그러면 돼.

준석 : 네.


CUT TO.


준석은 빈 방으로 들어가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sg워너비 노래 ‘내 사람’을 부르는데 고음이 힘들다. 그때 춤도 추고 마술도 한다는 호일 펌 친구가 들어온다. 


호일펌 : 아 형 있었네요? 저도 같이 있어도 되죠?

준석 : 당연하지. 같이 부르자.



호일펌 친구가 sg워너비 ‘내 사람’ 2절을 부르는데 가수 뺨따구 후려치게 잘 부른다.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준석.


준석 na) :  춤추고 마술하는 친군데 노래를 내보다..


42. 압구정. 학동사거리. 밤

 

해가 뜨기 시작한 새벽. 준석은 고시원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준석 : 가라오케는 아무나 하는 거 아이네. 일주일 해가 3만 원 벌었나?

 

(회상) 실장 누나는 술이 좀 취해있다. 


실장누나 : 괜찮아.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준석이는 집이 어디야? 택시비 좀 나오지?


준석은 바로 근처 고시원이라고 말을 못 한다. 


준석 : 아.. 네.. 조금요?


실장누나는 준석에게 택시비 하라며 3만 원을 준다. (밤 장면 끝)


준석 : 택시비로 받은 3만 원이 일주일 수입이네.. 진짜 가라오케 아무나 하는 거 아이네..


준석은 큰 한숨을 내쉬면서 고시원 건물 입구로 걸어 들어간다. 


43. 논현동, 성인오락실, 오후


자리마다 꽉 찬 재떨이를 비우고 있는 준석. 카운터 형이 화장실 간 사이 카운터에 앉는다. 핸드폰을 보며 뭔가를 확인하는 준석. 


준석 : 이번 달까지만 하면 방을 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카운터 형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다시 자리를 비켜주며 일어나는 준석. 


44. 경기도 파주. 판문점 근처. 


준석은 이스타나 봉고 제일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 있고 무릎이 앞 좌석에 정확히 닿고 있는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다. 자다가 깨서 핸드폰 시계를 보는 준석. 


준석 : 와.. 지금 이 자세로 4시간을 있었단 말이가.. 진짜 임마들이 사람을..

반장 : 자자. 그만 자고. 내리실께요!


이스타나에서 내리는 준석과 동료 보조출연자들. 준석은 차에서 나와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몸을 푼다.


반장 : 곧 슛 들어갈 거 같으니까 저기 저 앞에 벤치 보이죠. 거기서 대기 하실께요. 자자 빨리 갈께요!


준석은 반장이 말한 벤치 끝에 앉는다. 준석의 옷은 북한군 옷이고 옆에 두 명의 남자는 남한군 복장이다. 준석은 계속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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