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오사카행 크루즈를 타다.
몇년만인가
더블베이스를 가지고 오사카행 배를 타는것이.
보통 베이스 연주자들은 현지에서 악기를 빌려 쓰기때문에 활만 가지고 다니지만,
나는 이상한 연주법으로 악기에 스크레치가 생기기 때문에 빌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산위에서나 바닷가 모래사장이나, 바위위에서 연주하는 사진을 본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를 아는 베이스 연주자들이 오히려 나에게 악기를 빌려주기 쉽지 않을것이다.
제주에서 오래 살게되면서 악기를 들고 육지로 이동할때는
항상 부산, 목포, 고흥을 통해 배를 타고 이동 했었다.
더블베이스는 일반 비행기 좌석 2개를 끊더라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비지니스석 2개를 예매해야 탑승할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하드케이스가 있어야 화물로 보낼수 있는데
하드케이스는 중고 싼것이 100만원 가량.
택시나 버스로 운반이 더 어렵기 때문에 역시나 구매하지도 않았다.
2010년도 처음 제주도에 들어갈때 아시아나 일반석 2개를 예약 했었는데
일반좌석에 들어가는지 모르는 직원이 그냥 통과시켜줬기 때문에
가지고 탑승했었다. 당연히 크기가 안맞았았고, 내가 당황하니까
친절한 직원분이 4개 좌석이 붙어 있는 비어있는 곳에다가 악기를 눞혀서 보관해줬고
나는 그뒤에 타서 총 5좌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이후로는 항상 배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여기저기 들고 다니고 사람들에게 여러번 설명하다보니 익숙해진 질문과 답변이다.
다행이도 어렸을때 부터 별다른 배멀미도 없었고, 바다를 항해하는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배타는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
부산에는 부모님집. 고흥에는 친구의 부모님집. 목포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하루밤씩 머물고 갔으니 항상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다.
말을타고 배를 타고 이동했던 옛날 사람들의 기분을 좀 더 느낄수 있었다고 할까.
일본에 갈때 역시 배를 타고가는것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뷔페도 있고, 선박내 사우나 시설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욕탕이 있기 때문에
즐거움이 더 해졌었다. 2014년에 처음 오사카행 크루즈를 탔었는데 엄청 더운 여름에 혼자서 4인실 방을 썼었다. 배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 덕을 본것이다.
19시간동안 느리게 바다를 건너는동안 정신없이 살아왔던 순간들과 대비해서 차분하게 쉴수 있으니까 좋았다.
필리핀 직원들의 여유있고 수수한 미소도 좋았고 러시아계 미녀들의 클래식 연주도 재미있고, 마사지 전문가의 마사지도 편안한 여행을 도와주었다.
2013년 겨울에 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고 나서 큰 악기를 가지고 멀리 간다는것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것도 있다. 더블베이스를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수트케리어를 가져갈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더블베이스에다가 여러가지 옷들로 쿠션을 대신해서 감싸면 비교적 안전하게 운반할수 있게 되었다. 수퍼 소프트 케이스가 된것이다.
인간의 몸이 60% 이상이 물로 이루워져 있고 지구의 70%가 바다로 이루워져 있어서 그런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와보면 육지에서만 생활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 지는 기분이 정말 좋은것 같다. 역시 비행기를 타는것과 느낌은 확실히 다른것같다.
제주에 살 때 걸어서 섬을 도는것과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각각 다른 수단으로 여행할때
볼 수 있는것이 전혀 달랐던 것처럼.
그러나 나도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멀리 가지고 갈수 있는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오사카행 배를 탑승했다. 10년 가까이 집없이 저 악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직까지 더블베이스의 목이 부러지지 않고 무사한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