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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Nov 04. 2023

성실한 천재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

매 년 1권 책 집필을 위한 글쓰기 루틴

#베르베르의글쓰기노하우 #성실한천재

성실한 천재 작가 베르베르 님은 라자요가의 명상으로 영성 부분과 철학에 눈을 일찍 떴어요.

그가 쓴 글을 읽으면 어쩜 이런 상상을 하지 싶고 문장을 지루하지 않도록 기막히게 재밌게 잘 쓰는데 철학적 깊이까지 더해지니 더 글이 와 닿았네요


그는 어린 시절 암기력은 꽝이고 고기는 ‘동물의 시체’ 라며 먹지 않고 강직척추염을 가진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상상력이 풍부했다고해요.


또한 잡지사에 프리랜서로 일하며 사회생활 속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7년간 정규직 전환이 안되었던..)

글을 쓰며 실패작도 있었어요.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때부터 서서히 중견 작가로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개미가 아닌 다른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을 독자로부터 인정받은 셈이죠.



"작가라는 직업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 방> 터뜨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기 쇄신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할 의무가 있었기에 그때부터 매년 10월 첫째 주 수요일에 새 책을 선보이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글쓰기 규칙을 정했다
베르베르의 글쓰기를 포함한 하루루틴


-

~7시: 기상. 간밤에 꾼 꿈부터 기록해 놓고 (우리 집 고양이가 잠에서 깼을 때 하는 방식으로) 가벼운 아침 체조를 한다. 윗몸일으키기와 스트레칭, 척추 비틀기 등을 통해 관절의 긴장을 풀어 줌으로써 강직 척추염을 예방한다.

~ 7시 15분: 호흡과 심장 박동에 집중하며 짧게 명상한다. 오늘 하루도 살아 있다는 사실과 가슴을 뛰게 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 7시 45분: 집을 나서 근처에 있는 단골 카페로 향한다. 카페 직원, 단골손님, 동네 이웃과 뉴스나 일상 얘기를 하면서 녹차를 한 잔 더 마신다. 크루아상을 먹으면서 착즙 오렌지주스를 마신다.

~ 7시 45분 ~ 8시: 일간지 기사를 훑어본다. 기사를 읽고 나면 늘 그렇듯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낀다.

~ 8시~12시 30분: 작업 중인 소설을 쓴다. 전날 작업한 분량을 읽은 다음 이어서 쓰기 시작한다.

무조건 하루 열 장. 이 분량은 스스로 정한 규칙이자 리듬이다. 전체 구도를 짜든 상세 구도를 짜든 글을 쓰든 이미 쓴 원고를 다시 읽든, 무조건 열 장 분량의 작업을 한다. 카페 소음이 방해되거나 지금 쓰는 장면의 생생한 시각화가 필요할 때는 헤드폰을 끼고 작업한다.


서서히 영감이 찾아와 11시경에 절정에 이른다. 이때 일종의 트랜스에 빠진다. 거울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영어로 일명 <플로 flow>, 즉 몰입 상태. 팔다리를 휘젓지 않고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긴다. 트랜스의 절정에 이르면 자판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무섭게 빨라지기 시작한다. 일종의 변형된 의식 상태에서 이제 시공간 개념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고 그들이 듣는 것을 듣는다. 그들의 채취까지 맡을 수 있다. 미친 듯이 타자한다. 빨라지는 북소리가 사면의 접신을 가속하듯 타자 소리가 몰입 상태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인상을 찡그리고 손사래를 치며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소리 내어 웃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 상태에서 누가 다가와 아는 체하면 꿈에서 깬 것처럼 화들짝 놀란다.


~ 12시 30분: 대개 이 시간이 되면 카페에서 점심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하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눈치를 준다. 그럼 종종 <아쉬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가 덜 찼는데 수저를 내려놓아야 할 때 느끼는 그런 아쉬움은 다음 날 더 열심히 글을 쓰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카페 영업시간에 맞춰 무조건 12시 30분에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은 뜻밖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면 온종일 머릿속으로 다음에 쓸 장면을 구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 12시 45분~13시: 바깥바람을 쐬면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태극권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 13시~15시: 주로 과학자나 역사학자, 철학자, 작가, 풍자 작가인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한다.

~ 15시~18시: 집필에 필요한 자료 조사 및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 가령 비디오 게임이나 만화 시나리오, 연극, TV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한다.

~ 18시~19시: 낮에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갖고 짧은 단편을 쓴다.

~ 20시: 저녁식사


이후로는 보통 취침 시간인 23시 30분까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대략 9개월이 걸리는데, 버전을 최소 열 개 이상은 써야 집필이 마무리된다. 물론 이전 버전을 다시 읽지 않는 상태에서 새 버전을 쓰는 게 철칙이다. 첫 번째 버전은 한두 사람에게 먼저 보여 준다. 버전이 바뀌면서 책이 조금씩 나아지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혀 의견을 구한다. 최초 독자들은 가까운 친구들인 경우도 있고, 도서전이나 사인회에서 만나 베타 버전을 읽어 보고 싶다는 이사를 밝힌 독자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버전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 방식으로 수차례 고쳐 쓰다가 똑같은 이야기를 쓰는 게 지루해지고 더는 이전 버전과 거리 두기가 안 된다는 판단이 들면 집필을 끝낸다. 출판사에 보내는 버전은 당연히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상적 완벽함을 추구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손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거기서 멈춘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 쓰는 당사자인 내가 느끼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1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써도 글쓰기는 여전히 가내 수공업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베르 님의 소설 쓰는 노하우와 글쓰기의 상호 보완적 기술
(독자의 흥미유발을 위한)



1) 독자에게 이야기의 대략적인 밑그림을 보여준다

2) 중요한 뭔가를 계속 숨긴 채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3)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자잘한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 준다.

4) 마지막에 가서 한 방에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서 더 좋은 베르베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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