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2024.12.26. 목요일의 기록

by 허건

저는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나고 보니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눈에 밟힙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회사 일에 상당히 집중했습니다. 회사 일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살아서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예전에 알던 제가 아닙니다. 사회생활에 찌들어 짜증과 화만 늘어버린 이상한 놈입니다.

쉼 없이 달려오며 놓쳐버린 사랑과 꿈들. '나'를 지키기 위해 놓쳐버린 많은 것들. "그렇게 일이 좋으면 자기를 왜 만나냐"며 떠난 사람, 할아버지 요양원에 가자는 엄마의 말에 바쁘다고 미룬 일, 주말에도 피곤에 절어 시간을 허투루 보낸 순간들, 만나자는 친구의 말에 짜증이 먼저 났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예전에 '후회'라는 주제로 글을 썼을 때, 저는 후회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땐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거짓말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후회를 하는 사람입니다.

어쩔 수 없다며 지나친 것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라며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았던 모습들, 그렇게 그저 그런 아저씨가 되어가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글쓰기를 하며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며 배울 점들을 배우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그저 그런 배불뚝이 꼰대 대머리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자상한 미중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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