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3 목요일의 기록
파도는 말없이 모래를 쓸어가고
소중한 기억을 담아 고장 난 자물쇠로 잠근다
요양병원의 풍경은 어두웠다
텅 빈 거실 속 홀로 켜진 TV
몇 분 간격으로 들리는 할아버지의 괴성
가늘고 굽은 허리로 보행기를 붙잡은 백발의 할머니
짙은 물감 같은 풍경들
못질이 되어있지 않은 커다란 관 속에
할아버지가 누워있다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시끄러운 TV는 침묵에 묻혔다
스러져가는 꽃들의 도시
봄날 화려했던 꽃향기는 사라지고
비릿한 녹이 손에 묻자 사람들은
고장 난 자물쇠를 한데 모아 이곳에 버렸다
벽지도 침대도 모두 새하얀 바닷속으로
인생에 휘몰아치던 파도도 견뎌낸 굳건한 다리는
이제 가늘고 굽어 뼈를 드러낸 채 굳었다
할아버지 주무신다
어둡고 쌀쌀한 외로움 속으로
외로워서 소중한 기억을 꽁꽁 잠근 채 혼자만 보았나 보다
파도는 말없이 모래를 쓸어가고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를 지탱하던 방파제가 무너져 내린다
나의 바다는 엄마였는데
엄마의 바다는 할아버지였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서서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