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요일의 기록
노동이란 단어에 정치적, 계급적 이념이 들어있다 하여 근로란 단어를 쓴다고 한다. 예전에 '장애인'과 '장애우'란 단어 중 무엇을 사용할지 의견이 분분했던 적도 있다. 공적인 단어는 실사용자의 의견보다도 사회적, 정치적 이념에 의해 결정된다. 국립국어원은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선별 혹은 제조하여 사람들에게 제시한다. 노동과 근로 둘 중 무엇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근로자의 날 포스터에는 공사장 인부, 배달, 택배, 경찰, 소방관, 의사처럼 빨간 날 쉬지 못하는 직군들만 그려져 있다.
내가 아는 노동이란 단어는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목적이 돈이 아니어도 좋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면 노동이라 부를 만한다.
때로는 사람을 할 때 혹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노동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 이상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날 때 혹은 연인과의 만남이 권태로울 때,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싫어질 때가 있다.
최근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는데, 극 중 주인공 김지원은 인생을 노동하는 것과 같이 여기고 있다. 삶은 사는 것 자체가 일종의 노동이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노동이다. 지겹고 지루한 하루하루가 노동이다.
궁극적으로 인생이란 무가치한 일을 가치가 있다 착각하며 평생 의미를 찾기 위해 헌신하다 죽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시지프스처럼 평생 바위를 굴리다 죽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세상에 백 가지 일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이 절반 이상일 텐데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인생은 노동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고 노동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우주 속에 나는 먼지에 불과할 텐데, 아등바등 살아봐야 다 하릴없다.
'나의 해방일지'의 김지원은 그런 무의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석구에게 "나를 추앙하라"고 말한다. 자신은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기에 나를 추앙(사랑)해서 자신을 채워달라고 하다. 무의미한 세상 속에서 지루한 노동을 견딜 수 있게 스스로를 착각에 빠뜨릴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착각에 빠져버리고 싶다.
마치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근로자처럼,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생처럼. 세상 일은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