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2학기가 되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 돌아왔고, 궁금한 것을 몇 가지 여쭐 생각이었다. 도통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가 사춘기인 것인지, 남자아이들은 원래 그런 것인지. 엄마인 내가 여자라서 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답답했기에 상담 기간이 반가웠다. 최근 새 직장에 입사한 후로 정신이 없어 그만 상담 신청을 놓쳐버려 선생님께 따로 연락드렸더니 상담 신청을 하지 않는 줄 알고 그냥 말씀 안 드리고 지나가려고 하셨단다. 갑자기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전화로 꽤 오랜 시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몰랐던 아이의 모습. 미리 말씀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서운함.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하는 부끄러움. 알았다고 한들 바꾸려고 노력했을까 하는 자괴감.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미안함. 이 밖에도 정말 많은 감정들이 오갔다.
선생님은 병원 치료를 권하셨고, 필요하다면 약을 먹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해야 한다면 뭐든 다 할 마음이었다. 마음이 급했고, 당장이라도 뭐든 해야 했다. 아이가 다닐 병원부터 알아봤지만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서 당장은 진료가 어려웠다. 초진은 주말이 되지 않아 휴가가 생겨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가장 빠른 날로 진료 예약해놓고 아이 보험을 재정비했다. 다음으로는 내가 다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감정조절을 해주는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하고, 선생님과의 상담을 다시 시작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일 때 아이 문제가 생기면서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시기에 45일 동안 체중이 약 3킬로그램이 줄고, 자궁근종으로 인한 부정출혈이 있었다. 식이장애로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이만 생각하기 위해 아이의 짜증에도 화내는 것을 참고 또 참았다. 여러 가지 힘든 것을 풀기 위해 밤에 혼자 많이 울었던 시기였다.
아는 분이 다른 병원을 소개해주셔서 예약했던 병원을 취소하고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예약하여 진료를 받으러 갔다. 옳은 선택이었다. 첫 진료에서 아이와 나의 불안,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들을 모두 말씀드리고 약을 처방받아왔다. 진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에게 선생님이 뭘 물어보셨는지 물으니 뭐가 가장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단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감사하게도 아이가 최근 알약 먹는 것에 재미를 붙인 터라 약 먹이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효과도 빨리 와서 진작에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약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너무 오래 도움받지 않기를,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나 역시도 약의 힘으로 가 아닌 내 힘으로 지친 아이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