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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Oct 26. 2022

너 자신을 위해 살아

엄마가 있다면 듣고 싶은 말

몇 주 사이에 건강이 꽤 나빠졌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데 낮에는 그렇게 잠이 쏟아진다. 지하철에서 책을 펼치면 한 줄도 채 읽지 못해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서서도 졸고 앉아서도 졸고 회사에서도 잠이 쏟아지는 것을 참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잠을 자는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닌데 이러니 답답하다. 잠을 푹 못 자니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버거워졌다. 원래 하던 일들인데 힘에 부쳐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만 늘게 되었다.      


한 달 전에 발목을 조금 다친 것을 아직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급격하게 피로해진 것도 있고 해서 회사 분들께 괜찮은 한의원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피로해진 이유는 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꺼내놓지 못해 속병이 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셨다. 마음속이 그러니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타적으로 살지 말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라고 하셨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충분히 사랑을 주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잊지 말라고.      

생각해보면 두 가지 시간 모두 잘 해내지 못해 왔던 같다. 아이와의 시간에서는 부족한 체력 때문에, 숙제를 시켜야 해서, 집안일이 쌓여있다는 여러 가지 핑계들로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또한, 아이가 없는 혼자만의 시간은 쉬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누워서 티브이 채널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취미생활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을 정해서 꼭 해야 한다고 규정을 짓지는 않았다. 집안일하고, 아이 숙제를 봐주고, 이것저것 다 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그때야 ‘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먹는 것 또한 그렇다. 최근 회사 일로 마음이 힘들어서 입맛을 잃어 살이 많이 빠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습관이 된 탓에 끼니를 그냥 넘기는 일이 자주 있었다. 보통은 점심 한 끼를 먹었고, 어떤 날은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날이 있었다.     


그런 순간마다 내 아이가 이런 모습이라면, 내 엄마가 이런 나를 본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지 가끔 생각해본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너 자신을 위해 살라고.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는다고. 혼자 맛있는 음식을 사 먹어도 좋고, 아이가 학교 간 시간에 휴가를 내고 바람을 쐬러 교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더 작은 일들이 좋겠다. 아이에게서 신경을 조금 거두는 것. 숙제를 한 번 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고, 하루 지각을 해도 그냥 두는 것. 설거지가 한두 번 쌓여도 지나칠 줄 알고, 아이에게 세탁하지 않은 옷을 두 번쯤은 입혀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것.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듣고, 읽고 싶었던 책을 한쪽 읽으며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 그것이 나를 위해 사는 것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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