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 안부를 묻는 것. 살아갈수록 소소한 안부가 삶의 단단한 뿌리 같은, 버티고 견디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마디 문자인데도 그 사람 전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녀의 단아하고 순한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가 번진다. 실은 그 순간이 모두 그녀로 채워졌는데 나는, 부끄럽기도 해서, '감사합니다'는 짧은 말과 함께 하트 셋을 나란히 새겨 답장을 보냈다. 그런 후에도 직장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인데,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있는 관계일 텐데, 이렇게 따듯할 수 있어서 하루 종일 행복감이 잔잔하게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한 달도 넘게 폐렴 치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까지 걸려서 며칠 출근하지 못했다. 병상의 시간은 일상을 멈추게 하는 동시에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을 선물로 준다. 고요하게 방에 기거하며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글을 쓰며 보낸다. 병상의 책 읽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서 말을 건다. 아무렴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 문장과 더욱 긴밀하게 마주하게 된다.또 좋은 것은 독한 약 기운이다. 약 기운에 취해 어느 때보다 숙면할 수 있다. 수면 내시경 후에 간호사가 흔들어 깨울 때면 '이토록 달콤한 잠에서 깨우지 마세요' 하고 불쑥 소리치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가! 약 기운에 취해 스르르 눈이 감기면 깊은 숙면에 빠진다. 그 잠이 얼마나 개운한지. 불면으로 뒤척였던 밤들의 고통을 잊게 하기 충분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타인의 글을 보며 타인의 삶과 생각을 읽고 나의 삶과 생각의 흐름을 글로 쓰는 일이 병상에서는 축복의 시간이다.
며칠 결근하고 출근하려면 괜히 어색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하지만 겸연쩍긴 마찬가지다. 몇몇 선생님들이 교실로 가기 전에 교무실에 들렀다.
"교감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 자꾸 아프시면 안 되는데..., 방학 전에도 쉼 쉬기 힘드셨다면서요."
"덕분에 회복하고 있어요. 하하."
진심으로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살며시 손을 내민다.
"이거 집에 있던 건데..."
"맑은 숨 배도라지 스틱, 모과와 생강을 더한 배도라지 농축액! 아이고 감사해요!"
그녀가 주고 간 맑은 숨 배도라지 스틱을 바라보며 따듯해져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작은 도움에도 더 큰 감사로 다가와주는 선생님들을 보며 '더 많이 베풀고 사랑할 수 있기를' 생각했다.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 교감 역할을 하며 지낸 2년이 훅 지난간 느낌이다. 이런 저런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무탈하게 터널을 잘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2024.2.6.화요일 교장 발령을 받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여기 저기서 걸려온 축하 전화를 받으며 하루가 흘렀다. 오후에는 교무실 주무관님이 학교 앞 빵집에 달려나가더니 케이크를 사와서 "제일 먼저 축하해드리고 싶었어요!" 하며 또 한번 나를 감동시킨다.
사람.
나의 젊은 날들에 사람이 참 어려워서 사람보다 책이나 사물을 더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관심과 사랑이 오늘도 내일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시간과 함께 서서히 익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