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읽었으면 여러분은 아마 올해 벌어질 굉장한 도전을 앞두고, 흥분감에 휩싸일 것이다. ‘두 달 만에 하프 마라톤을 뛸 수 있다고?’ 맞다. 정말 뛸 수 있다. 10km는 제한시간이 1시간 30분이며, 21.0975km를 달리는 하프 마라톤은 무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부여된다.
기록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을 읽고 있지 않을 테고, 나보다 월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자이기도 하니, 시간 내어 내 글을 읽을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연재 글은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쓰인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겠다.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올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참 많이 했다. 두 달안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자 하는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첫 달에 10km 마라톤을 정복하고, 자신감을 얻어 둘째 달에 여봐란듯이 하프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3월 말의 주말 오후, 준비운동 하나 없이 대차게 러닝을 시작했다. 거의 20년 만에 러닝을 한 나는 어떻게 됐을까? 불행하게도 근육통 등의 잔 부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부상이나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왜 나는 이를 불행하다고 표현했을까? 나는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다음 날이 됐다. 전날 달리기를 했던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지만, 또다시 러닝을 실시한다.
다음 날, 나는 굉장한 근육통에 시달린다. 계단을 제대로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따랐다. 왼발, 오른발, 발목 그리고 무릎까지 정말 안 아픈 곳 하나 없더라. 자만했다. 준비 운동 하나 없이 러닝을 시작한 것도 잘 못이었고, 오랜만에 급작스러운 러닝에 쉬어갈 줄도 몰랐다. 마음만 앞서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다.
초보 러너(나 또한 초보 러너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즐겁게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미 풀코스 완주에 향해있다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 러닝으로 시작해도 좋고, 빠른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하며, 몸 상태를 점점 러닝의 상태로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은 필수다. 러닝 전에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혹시 달리기 후에도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 것 알고 있었나.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자극을 받은 근육을 제때 풀어주지 않으면, 근육이 뭉쳐 다음 러닝 시 발이 무거워진다. (못 믿겠으면 직접 뛰어보길 바란다.)
사람은 결국 위를 보게 되어있다. 슬로우 러닝으로 시작한 당신은 조금 더 빠른 페이스를 원할 것이고, 이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러닝 전·후 짧게라도 다음의 스트레칭에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러닝 전에는 런지를 하며 상체를 좌우로 돌려주는 ‘런지 트위스트’, 벽을 잡고 한쪽 다리를 흔들어주는 ‘레그 스윙’, 제자리에서 무릎을 높이 드는 ‘하이 니즈’라는 운동 통해 심박수를 증가시켜 보도록 하자.
그럼 러닝 후에는 그럼 뭘 하면 좋을까. 다리를 뻗고 상체를 굽히는 ‘햄스트링 스트레칭’이라든지, 아킬레스를 이완하는 ‘종아리 스트레칭’ 정도는 러닝 후 반드시 해주도록 하자. (그래야 다음 러닝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도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준비는 성공을 낳을 토대를 마련한다. 어떤가? 이제 마음이 좀 안정되었는가.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프 마라톤 정복을 위한 첫 번째 여정을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