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나 해

by 새나


영원하길 바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돈과 명예 음악

나 자신에게 말해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하기나 해

그냥 하기나 해

뭐든지 걱정만 많으면 잘될 것도 되다가 안되니까 그냥 하기나 해

하기나 해

그냥 하기나 해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재밌게 즐기자고

그냥 하기나 해


- Gray 하기나 해 중에서 -



어릴 적 나는 라디오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미리 카세트 안에 녹음할 수 있는 테이프를 준비해놓고 카세트의 녹음 버튼을 눌러 녹음을 했다.

운이 좋으면 라디오 진행자의 말소리 없이 한곡을 고스란히 녹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래가 중간에서 끈기 거나 진행자의 말소리, 광고 소리도 함께 녹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녹음된 노래 테이프의 노래 가사를 연습장에 옮겨 적으면서 가사를 외우고 노래를 따라 불렸다.


요즘 아이들 역시 가사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유튜브에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의 제목을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이 나온다.

좀 더 세부적인 검색어로 '그레이 하기나 해 노래 가사'라고 적고 검색을 하면' 그레이 하기나 해 노래 가사'가 있는 동영상이 검색이 된다.

글자 몇 개 적었을 뿐인데 내가 원하는 노래, 원하는 가사를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다.


라~떼는 말이야

딸아이에게 엄마는 너와 같은 나이에 좋아하는 노래를 이래저래 해서 녹음을 하고 손으로 가사를 적어 외웠다고 말을 하면 딸아이는 말한다.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야 비교하지 마!"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의 노래를 보면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딸아이가 듣는 가수들의 노래를 보면 사랑노래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노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등 노래의 종류가 다양하다.

옛날 노래는 감성을 자극했다면 요즘 노래는 마음을 자극한다.

'그레이 하기나 해'노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마음에 하기나 하고 생각하라 말을 건네는 듯했다.


밀려 있던 서평들에 시간에 쫓기다 보니 책 서평의 질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짜에 맞추기 위해 그냥 책 서평을 적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에 쫓겨 작성한 책 서평은 서평 관리자에게 지적을 받았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실수들도 하게 되었다.

진실되지 않은 행동은 바로 서평 글 속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잘못된 행동에 인정하지 않고 이래서 저래서 라는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서"

"나만의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하기 싫으면 책 서평을 신청하지 말았어야 하고 거절을 해야 했었다.

하지만 나의 욕심에 생각 없이 마구 신청했던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


"해야 하는데 지금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핑계를 대면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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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충분히 할 시간이 있는데 뒤로 미루고 미루는 일들이 많았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결심하면 지금 당장이 아닌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로 미룬다.

자격증 공부 역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몇 달의 시간을 허비한 다음 그제야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한 적도 있다.

집안일 역시 바로 해야 할 설거지나 청소를 미루다 보면 오늘 하지 못하고 내일로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

바쁜 일이 있어서 미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냥 내가 지금 당장 하기 싫어서, 피곤해서, 그냥 쉬고 싶어서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일이 잘될까?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그때 해보기라도 했다면 옳은 길이였는지 아녔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생각으로 그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그렇게 쓸 시간이었으면 가보기라도 해 보지 라는 아쉬움만 남았다.

"그때 해볼걸! 그때 했어야 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밥솥에 쌀을 씻어 코드를 꼽고 취사 버튼을 눌려봐야 죽이든 밥이든 먹을 수 있다.

죽이 될까 두려워 쌀을 씻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죽이든 밥이든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하기나 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할 때 시간적 여유도 없고 공부한 내용들이 다음날이면 바로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 때문에 공부가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K에게 이 자격증 따서 당장 일할 것도 아니고, 넘쳐나는 게 공인중개사 사무실이고,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고 자격증이 있어도 뭐 할 수 있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때 K가 나의 말을 듣고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일단 자격증 따기나 하고 말해!"


K의 말이 맞다

일단 자격증을 따고 말을 해도 늦지 않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시간을 미리 걱정하면서 공부로 인해 힘든 현재의 시간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사라졌던 공부한 내용들이 모두 다시 내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그레이의 노래 '하기나 해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노랫말처럼 일단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이 있다면 일단 그냥 해보는 거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냥 하기나 해 보는 거다.

뭐든 걱정만 많으면 잘될 거도 안되니깐 일단 하기나 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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