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책을 읽기 전과 지금의 나의 감정은 많이 성숙해졌다. 삶이란 원래 불완전하고 매일이 불확실한 존재이다. '인정'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신기하다. 뭐든지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럴 수 있어''그런 일이 있었어''어쩔 수 없었던 일이야'라고 인정하게 되면 어쩔 수 없어진다. 마음을 졸이며 불편해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인정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안과 불편의 감정들에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감정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 게을려서 불편하고, 귀찮아서 불편하고, 변화가 싫어서 불편하다. 지금 이대로의 편안함이 너무 좋은데 이 편안한 일상을 방해하는 문제들이 불편하고 반갑지 않다.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불편한 것들이 제법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기도 한다.
주말 시부모님들과의 만남이 불편했다. 하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시간이 오기도 전에 벌써 마음은 답답해져 왔다. 피할 수 없기에 즐겨야 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조금씩 시부모님의 만남이 편안해졌다. 더 잘할려고도 애쓰지 않았고, 일부러 인상을 찡그려 기분이 좋지 않음을 표현하지도 않았다. 그 시간을 내 방식대로 즐겼다. 흘러가는 모든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인정하고 나니 시간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들도 변화했다.
나의 시간에 불쑥 나타나는 수많은 사건들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냥저냥 스쳐 지나가는 일들도 있고, 지금 당장은 속상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지나고 보면 나를 위한 것들도 종종 존재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또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 그때 그런 일이 있었어' 무심히 손 한번 흔들어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른척해도 상관없다. 모든 일에 일일이 답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 지나가는 것은 그냥 지나가는 대로.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