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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Dec 25. 2023

투자는 한 걸음부터

재테크 서적을 읽으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걸어가 볼 거라고 다짐한다. 과정은 눈곱만큼, 결과는 웅장함 그 자체인 재테크 이야기는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친절한 응원에 무턱대고 경매사이트에 접속해 본다. 여러 물건들이 올라온 것들 중 최고로 저렴한 물건부터 검색한다. 뭐든지 검색은 최저가로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다. 최저가 검색에 뜬 아파트 매물들을 둘러본다. 저렴한 이유는 복잡한 이해관계도. 비고 사항에 임차인과 채권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권리분석이 필요한 물건은 일단 패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지만 무늬만 자격증이다. 실전거래는 손에 꼽힐 정도다. 일을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니다. 체험 정도라 말해두는 게 좋겠다. 경매에서 권리관계분석은 중요한 문제다. 어느 경매인은 변호사와 법무사 그리고 세무인과 함께 움직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권리분석만 잘하면 이런 물건들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머리 복잡한 건 딱 질색인 나다. 권리문제가 복잡한 물건을 모두 걸러 냈다. 그리고 그중 최저가로 검색된 물건들을 둘러본다. 우리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물건이다. 캡처해 핸드폰에 저장해 둔다. 권리관계부터 상세 내역을 프린터해 둔다. 몇 개 더 검색해 차순위 물건들을 뽑아 놓는다. 


집 근처 물건은 운동삼아 걸어가 본다. 첫 경매 물건 임장을 시작한 거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임장시 체크 포인트를 하나둘 본다. 생각보다 거리가 조용하다. 임대 종이가 붙은 상가들이 많다. 경매에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직접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매에 올라온 물건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집들이다. 그 집을 낙찰받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기존에 살고 있는 임차인과의 관계정리와 집이 비어진 후 인테리어와 새로운 임차인과의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만으로 머리가 지끈 거린다. 복잡한 거는 피하고 싶은 나라서. 


집과 먼 물건들은 인터넷검색으로 손품을 팔아본다. 항공뷰를 켜서 주위 상권과 분위기를 본다. 여기도 그리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잘된, 성공한 경매 물건에만 머물고 있던 나였다. 책에서 본 물건들은 아름답고 활기차 보였다. 현실의 경매 물권은 책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본 경매 물건들은 그랬다. 


걸음마 연습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백 미터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어떨까. 넘어지고 까지고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뒹굴고 난장판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권리분석 조차 해보지 않은 내가 경매물건을 도전하려고 했다니. 뭘 안다고. '너도 할 수 있다'는 그 단 한마디에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예상하지 못하고. 잘 차려진 밥상만을 보고 나도 그리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노력만으로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가능한 일이지도 모른다. 경매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차가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한다. 그 누군가는 수많은 재테크 서적 중 여러 사람들이 한 말이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말했다는 것은 흘러 보낼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게 좋게 잘 해결되는 일들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들도 종종 존재할 테니까. 


처음부터 뛰어다닐 생각을 접었다. 투자는 한 걸음부터.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자세로. 천천히. 나답게. 소소하게. 시작하기로 다짐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 보려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걸음부터 나아가련다. 그래야 넘어져도 금방 일어설 것이고. 다시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을 테니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금융이든. 재테크는 한걸음부터다. 성급함과 조급함에 속도를 내려하지 말자고. 앞서가는 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나는 나답게 소소하게 투자는 한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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