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나 부모를 먼저 떠나보내.

이별이 다가오는 나날

by 다온


2013년 8월 넷째 주.

아빠의 검사 결과가 나오고 입원 날짜가 잡혔다. 입원을 뭐 러 하냐며 아빠는 조용히 씀하셨다.



정밀검사도 해봐야지. 지금은 초기 검사만 한 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입원일도 빨리 잡혔데, 입원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돼. 아빠. 제발.


답답한 마음에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왈칵 울음이 나왔다. 울음 섞인 목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언니는 천천히 말하라고 나를 다독였다.


입원 당일 언니랑 형부가 왔고, 아빠는 마지못해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3인실. 아빠는 수액부터 맞으셨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시다가 수액을 맞고 나니 뭔가 순환이 되셨는지. 몸이 좀 개운하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아빠가 입원하신 밤. 언니가 아빠와 병원에 있다. 마음이 든든하다. 친정 집으로 와 현이를 재웠다.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가 몸을 뒤척이는데 퇴근하신 엄마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신 모양이다.


"언니, 애들 아빠가 많이 아프다네. 병원에 입원했어. 나 조만간 일은 그만두려고.



언니라고 하시는 걸 보니 큰 이모인가 보다.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 남편을 떠나보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 마음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웃음으로 가득 찼던 우리 집이 슬픔으로 가득 차버린 듯하다. 그렇게 가족들은 아빠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빠 옆에 보호자로 있던 날. 담당 주치의가 몇 명의 의사들과 함께 라운딩을 왔다. 담당 주치의는 다른 의사에게 영어로 뭐라 하면서 그거 같지 않냐고 말하고 차트에 적더니 나갔다. 나는 그 단어를 기억하려 애썼다. "ascites"


바로 검색해 보니 복수. 복수가 찼다는 얘기를 한 것이었다.

복수가 차면 위험한 거잖아. 그러고 보니 잘 드시지 못한 아빠의 배가 좀 불룩한 느낌이 든다. 무섭다. 울고 싶다.



아빠가 입원을 하시고, 언니와 내가 번갈아가며 아빠 옆에 있었다. 3일 정도 후 아빠는 다인실로 옮겨졌다.


주치의 밑에 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의사가 아빠자리로 왔다, 전할 말이 있다고. 가 크고, 경을 쓴 냉랭한 표정의 그 사람. 아빠, 나와 남편, 현이가 함께 있었다.


"지금 환자분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검사 일정은 잡혀 있지만 정신 있으실 때 가족, 지인 분 들하고 인사하세요."


뭐? 검사도 아직 안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아니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차갑게 내뱉는 말이라니. 그러고는 휑하니 나가버린다.


굳이 환자 앞에서 이렇게까지 솔직하 말한다고?


나는 눈만 깜빡이다 대꾸도 못한 채 의사를 보내버렸다. 물론 의사는 알릴 의무가 있고, 자기 일을 한 거라지만 나는 지금 의사 당신의 입장을 이해할 여유가 없어. 그런 말 할 거면 보호자한테 미리 말을 야지. 이게 뭐야.



눈물이 푹 쏟아진다. 아빠는 되려 나를 위로하신다.

"누구나 부모를 먼저 떠나보내. 그걸 희가 먼저 겪는 것뿐이야. 가서 세수하고 와."


아니 그래도 아빠 이건 너무하잖아. 뭐 저런 의사가 다 있어? 가서 한 마디 따지고 싶었지만 따진 들 뭘 어쩌랴, 히 아빠한테 해가 될까 싶은 마음에 참았다.


엄마는 일을 그만두셨고, 이제 아빠 옆에는 우리가 아닌 엄마가 계시기로 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린 현이를 데리고 병원에 계속 있을 수가 없고, 언니네도 계속 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 모든 의사 선생님이 다 그렇지는 않을 텐데,

혹시 의사선생님들 계시다면 죄송함을 전해요.





keyword
이전 04화아빠의 병명은 위암 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