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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갑자기 객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지점장 나오라 그래,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손님을 30분 넘게 기다리게 해 놓고, 흑자는 제일 많이 내고 직원은 줄이고 그래서 손님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 거야, 지점장 나오라 그래"

오래 기다리던 고객이 기다림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당신 번호가 다음 번호라 금방 호출될 줄 알았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직원들이 현재 처리하고 있는 업무의 종류 및 경중에 따라 10명이 넘게 밀려 있다가도 5분 안에 다 처리되는 경우도 있고 바로 앞 번호에서 30분이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 고객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것이었다.

내가 다가가서 오래 기다리신 건 죄송한데 좀 차분하게 말로 풀어보자고 얘기를 해도 막무가내였다.

심지어는 완전 100% 욕설은 아니지만 욕에 가까운 쌍스러운 소리도 해대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인 일로 어느 기관을 방문하든지 으레 껏 기다려야 한다는 전제를 생각하고 방문한다.
당신보다 먼저 온 고객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복잡한 업무를 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순번이라는 것이 그렇다.

10명이 넘게 대기 고객이 있다가도 5분 안에 휙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바로 다음이 당신 번호인데 코 앞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어쩔 수 없다.

직원들이 전부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면 당신은 말없이 기다려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공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위해 번호표가 있고 번호 순서대로 업무를 처리해 주는 것이다.

만일 직원 앞에 손님도 없는데 당신의 번호를 누르지 않는다면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직원 모두가 대고객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면 그 기다림은 당신이 수긍해야 할 몫이다.

어쩌면 직원에게 화를 낼게 아니라 복잡한 업무를 가져와 시간을 지체하게 한 다른 고객에게 불만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당신도 그들과 같은 고객이기 때문에 애꿎은 직원에게만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고객은 당신 번호가 나올 때까지 소란을 피우다가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보면서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하다가 업무를 보고 돌아갔다.

고객의 불만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요즘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 직원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만일 이 고객을 손님으로서가 아니라 밖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났으면 아마 큰 싸움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그냥 모른 척하고 피했을 확률이 더 크다.

내가 하는 일과 중 객장에 소란이 발생되면 해결하는 것이 나의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대한 고객에게 맞춰주며 응대했다.

나의 업무이기 때문에 고객이 다소 무례를 보이더라도 같이 무례로 대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객장에는 다른 고객들도 많이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고객이 조용히 좀 하라고 하자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은행이 이렇게 직원을 줄이고 고객을 계속 기다리게 하는 거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 한 사람 때문에 다른 고객에게도 피해가 간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당시 같이 있던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나갈 때마다 배웅하면서 "오래 기다려서 죄송합니다. 아까는 소란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이었지만다른 민원을 유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우리는 모두에게 기다리라고만 하지 정작 스스로는 기다릴 줄 모른다.

그 고객이 만일 음식점 주인장이었는데 손님이 급하다고 음식을 재촉하면 "곧 나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기다림에 양해를 담아 고객을 응대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어디를 가든 당신의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당신이 정 바쁘면 나중에 다시 올지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다림으로 불만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질서를 지키는 것, 번호 순서대로 번호를 지키고 당신의 업무를 보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공공질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게만 하지 말고 당신도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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