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짜를 잡아 놓고 예식 하기 전에 아내가 자기의 대학 친구들을 인사시켜 준다며 같이 차를 마시자고 했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한강 뷰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장소를 정했다.
애초에 그 자리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난 그 자리에서 첫눈에 호감이 가는 아내의 친구들을 보았다.
첫 대면에,
그것도 두 명이나,
난 미친놈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을 주면 안 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친구나 애인에게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들만 데려와서 인사시켜 준다는데 아내는 나를 뭘 믿고 퀸카 친구들만 데려온 것이었다.
결혼하고도 아내의 대학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아내에게 모임이 끝날 때쯤 미리 문자를 달라고 하여 항상 데리러 갔다.
어쩌면 아내를 데리러 간다기보다는 그녀들을 보러 갔었다고 해도 나는 반박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내의 친구들 중 대다수는 우리가 결혼하고도 몇 년 정도는 솔로를 예찬하며 혼자 사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게 중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공공연하게 선언한 나의 아내가 갑자기 결혼을 해버려서 그 충격으로 급하게 결혼한 친구들도 몇 있었다.
나의 종교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따라 모태 신앙으로 불교를 믿었었는데 결혼하고는 아내가 무교라 나도 불교와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
아내의 친구들은 거의다가 기독교로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아내만 적극적으로 다니지 않고 교회에 행사 있을 때만 몇 번 나가는 정도였다.
가끔 아내가 절에 왜 가냐고 물으면 나도 가기 싫다며 "우리도 당신 친구들 다니는 교회에 나가는 건 어때"라며 떠보기도 했다.
속으로는 그녀들을 보러 가고 싶었던 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아내는 종교를 가지고 싶다면 성당에 다니고 싶다고 자주 말했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신혼 초에,
아마 우리 아들이 2살 때쯤 신혼집에 아내의 친구가 놀러 왔다.
내가 첫눈에 호감이 갔던 두 명중에 한 명이었다.
어찌나 긴장이 되고 가슴이 설레던지,
더군다나 우리 집에서 잠까지 자고 간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아기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자고 그녀는 문도 없는 건넌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그녀를 염두에 두어서 그런지 자꾸 건넌방 쪽에 신경이 쓰였다.
새벽녘에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누워 있는 아내의 대학 친구,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일부러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화장실 문을 열거나 닫으려면 의도적으로 시선을 다른 곳에 두려고 하지 않는 이상 건넌방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는 집안구조였다.
그녀가 잠을 자고 있는 건지 눈만 감고 있는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옆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쑤셨지만 같은 공간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한없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신혼집에 놀러 와서 왜 굳이 잠까지 자고 갔을까!
나를 믿은 것일까!
나를 시험한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감정을 지녔던 아내의 두 명의 친구 중 한 명은 지금은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고 그날 우리의 신혼집에서 자고 갔던 한 명은 아직도 미혼으로 모 대학 부교수이다.
난 가끔 이상한 상상을 한다.
내가 아내와 헤어졌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녀도 남편과 헤어진 상태라면 그녀에게 연락을 해볼까?
지금까지도 미혼인 대학 부교수인 그녀가 내가 아내와 헤어질 때까지도 혼자로 남아 있다면 연락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은 나쁜 생각일까!
아니면 미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