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힘들어했던 시간, 내가 방황했던 시간들 속에서 견디고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쓰고, 일기를 쓰고, 조금씩 조금씩 읽어왔던 책들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로지 사람에게만 의지하고 사랑을 쫓아다니기만 했다면 아마 나는 이루지 못할 꿈을 찾아다니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내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
나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것은 나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었던 그런 시간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취하도록 술을 마셨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외로울 때면 한강변을 산책했던 시간들,
이름 모를 카페에 앉아 혼자 차를 마셨던 시간들,
나의 그때그때 생각과 느낌을 남긴 기록들,
내가 본 것들에 대해 그 당시의 느낌과 감정을 담아 저장해 놓은 사진들,
혼자 소리 없이 울었던 시간들,
매일매일 밤거리를 방황했던 시간들,
내가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들,
내가 한 줄 한 줄 읽었던 잡지의 글과 이미지들,
내가 제목이라도 훑어봤던 신문의 글과 이미지들,
내가 쉽게 지나치지 않고 눈길을 주었던 모든 찰나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아직도 삶이라는 곳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타인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고,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 보듬어 주고,
나의 감정을 억누르던 그런 순간들,
그런 매 순간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사랑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는 비밀들,
꼭꼭 숨겨두어야만 했던 진실들,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진심들,
그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사랑이라는 실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나의 사랑은 더 아픈 곳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나의 사랑은 무엇이 정답일까?
내가 추구하는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일까?
당신을 이해하려는 사랑일까?
나를 합리화하려는 사랑일까?
진정한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은 마음 따라 변하는 거다.
당신에게 나만 사랑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듯이 나도 나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와 내 주변을 좋아하는 사람,
나를 잘 따르는 사람,
나를 위해주는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사랑할 것이다.
당신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기꺼이 사랑해야 할 것이다.
당신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내가 짊어져야 할 책무가 아니다.
이제 그 무겁고 힘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고 나의 그릇된 사랑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사랑은 구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나의 못난 점 까지도,
나의 부족한 점조차도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난 그런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내가 얽매여 있는 사랑을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다.
이제는 사랑을 나의 테두리 안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 사랑 안에는 헤어짐도 또한 포함된다.
어쩌면 사랑은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이별하는 반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