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핑계일 뿐 메인은 막국수
하늘에 작은 갈빗대 같은 구름이 여러 개 떠 있다. 요가선생님의 ‘흉곽을 들어 갈비뼈를 열라.’는 알 수 없는 주문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까치가 나무에서 가장 높고 뾰족하게 솟아 나온 가지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장대 끝에 한 발톱으로 서있는 줄 알았더니 사진을 찍어 확인하니 착시현상이었다. 실은 다른 쪽 각도로 앉을만한 횃대 같은 가지가 있었던 것
오늘은 다산성곽길을 약식으로 걷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걷는 건 대충 하고 대략 밥맛을 좋게 하는 최적의 코스랄까
일단 버티고개 주차장에서 만나 새로 생긴 지역명소인 주차장 위 하늘공원을 방문했다. 잔디도 깔려있고 놀이기구 시설에 벤치와 운동 시설까지. 견주라면 개를 풀어놓고 각종 개 모임을 하고 싶을 정도의 강아지놀이터로도 적합했다. 이미 많은 견주들이 정모를 시도했었는지 벽 한쪽에 강아지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아니 그러기엔 내가 봐도 개놀이터로 매우 적합해 보이는 것이 문제).
이때 내 눈에 들어오는 기가 막힌 시설. 그것은 굉장히 오랜만에 영접하는 작은 트램펄린이 그물 안에 안전하게 들어있었다. (물론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었을 테지만) 나는 홀린 듯이 신발을 벗고 그물 안으로 들어갔다. 폴짝 뛰니 그 반동으로 몸이 하늘 높이 솟구쳐 갈빗대 구름 가까이 간다. 한번 더 무릎을 굽혔다 펴니 몽글몽글한 구름 사이를 지나 성층권에 진입한다(아님). 더 타고 싶었지만 어른의 메타인지가 발동해 입맛을 다시며 그물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에게도 타볼 것을 권해 돌아가며 30초씩 타고 어른을 위한 운동기구에 도전했다. 요새 근력운동을 전혀 안 했더니 실외헬스기구 중 무게 없이 벤치프레스 7개 하는 것도 어려웠다.
내려와서 뒷산을 지나 성곽길로 진입했다. 성벽 안쪽 길도 예쁘고 성벽 바깥쪽으로 보이는 동네도 아기자기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길은 평탄해서 천천히 자연과 도시를 느끼며 걷기 적합하다. 걷다 보면 여기저기 갈만한 작은 카페도 보이고 특히 다산 성곽 도서관은 꼭 가보라 말하고 싶다. 하루종일 이 도서관에 머물며 책 속에 파묻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야외에서 책을 볼 수 있는 빈백과 계단식 의자도 마련되어 있으니 지금이다. 무릎담요를 챙겨 편안하게 야외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
땀이 안 날 정도로 천천히 적당히 걸어 막국수집으로 갔다. 비빔막국수에 반찬으로 나온 섞박지가 맛있었다. 동치미냉육수를 요청했더니 한 그릇씩 가져다줬다. 면발을 양념에 비벼 야무지게 먹어주고 동치미국물로 입가심을 했다. 밥을 먹고 마지막코스로 동네 분위기 좋은 카페 겸 바로 향했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주인장의 메모가 귀여웠다. 특히 손님들이 남긴 손으로 쪽지와 편지에 긴 댓글을 남긴 노트들이 이 공간에 온기를 더해줬다. 나는 오늘따라 알레르기비염이 올라오는 느낌이라 술을 마시지 않고 아이스크림에 초코브라우니를 시켰다. 쫀득한 바닐라 아이스와 브라우니를 먹다 보니 이상하게 와인이 당겼고 결과를 알면서도 술을 시켰다. 그 이후는 극심한 알레르기로 집에 가서 씻고 약을 먹고 코에 알레르기 약을 뿌리고 잠잠해질 때까지 엄청나게 고생했다(나는 알레르기비염이 올라올 때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진다). 잠자리에 누워 스스로를 한심해하기도 했지만 센 비염. 감기약을 먹어서였는지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다산 성곽길 한번 걸어보시라는 것과 알레르기 비염은 정말 괴롭다는 것이다. 오늘밤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티끌하나 없이 안온한 밤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