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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Oct 21. 2021

정말 구분이 안 되는 ‘박대’와 ‘서대’

'박대와 서대'가 말한다. 생긴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우리나라 바닷물고기는 종류(이름)도 많지만, 생김새나 크기, 맛까지도 비슷한 것들이 많아 전문가도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다 수입과 국내 수산물(박대와 서대 같은 어류, 굴ㆍ바지락ㆍ전복과 같은 패류, 김ㆍ미역과 같은 해조류, 꽃게, 새우와 같은 갑각류 등)이 함께 유통되고 있어 같은 것 같지만 다른 수산물이 넘쳐난다. 


어류(생선) 중에는 우리나라 서ㆍ남해 바다 모래와 갯벌에 서식(분포)하는 ‘박대’와 ‘서대’라는 생선이 있는데, 눈이 있는 쪽은 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며, 길고 납작하게 생겨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저런 생선도 먹을 수 있을까?’라고 하는데, 그 고소한 맛은 가히 일품이다.    

  

 박대가 서대 같고, 서대가 박대 같아, 박대가 서대의 사투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분명히 다른 바다 생선이다. 네이버 지식인(iN)에서도 ‘박대와 서대가 같은 생선인지, 다른 생선인지?'를 묻는 물음에, 정말 구별이 안 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둘 다 비슷하게 생겼으니 굳이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는 댓글이 웃음을 준다. 


국민에게 생소하며, 같은 듯 다른 맛의 ‘박대’와 ‘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크기와 모양으로, 박대는 크고(약 60~70cm), 서대는 작은(약 30cm) 반면, 생김새는 ‘박대’는 종이 장 같이 엷어 엷을 박(薄) 자를 써서 ’박대’라고 하였으며, 


‘서대'는 납작한 몸에 가자미 또는 동물이나 사람의 혀를 닮았다 하여 ‘혀대’에서 다시 ‘세대’로 또 ‘서대’로 변화하였다고 한다. 일부 지방에서는 ‘혀’를 ‘서’라고 하여 ‘설어’ 또는 ‘참서대‘라고도 부르는데, 확실한 공통점은 두 생선 모두 “없어서 못 먹는 또 하나의 밥도둑”이라는 점이다.     

   



   

 [박대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며 쓰임새가 많아 껍질은 묵을 만들어 먹고, 반 건조한 것은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해 구이든 탕이든 별미로 여긴다. 


바다 생선 중에 옛날부터 밥과 잘 어울리는 생선 중 하나가 바로 ‘박대’라고 하는데, 구우면 담백하면서 감칠맛과 부드러운 살이 식욕을 돋우며, 다른 물고기에 비해 비린내가 적어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박대 구이는 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특별하거나 고급스러운 음식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저렴한 가격에 서민적인 식재료로 밥상 한 편을 차지하는 생선으로 더 익숙하다. 성질이 급해 그물에서 건지면 바로 죽는 습성 때문에 주로 말려서 사용하며, 눈과 눈 사이(폭)가 좁아 ‘눈치만 보다가 박대 눈 된다’거나, ‘어머니에게 눈 흘기면 박대 눈 된다'라는 속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 ‘문전박대’(門前薄待, 찾아온 손님을 문 앞에서 푸대접한다.)를 당한다고 해서 박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시집간 딸에게 보내주면 그 맛을 못 잊어 친정에 발을 못 끊는다’라고 할 정도로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한다. 


오죽하면 “전어가 시어머니의 한 수라면, 박대는 친정엄마의 한 수였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맛이 정말 고소해 남녀노소 호불호(好不好)가 갈리지 않아 박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대는] 남해안에서 주로 많이 잡히는데 살이 단단하고 담백한 식감이 매력으로 1년 중 여름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생선이자, 이놈 역시 바닷물고기 중 별미로 친다. 


서대 역시 비린내가 적으며 회나 구이로 먹을 때 쫄깃한 것이 특징으로 수분 함량이 높으며, 지방은 적고 칼륨과 인이 풍부해 영양적으로도 훌륭하다고 한다. 6∼7월은 산란 시기로 이 무렵은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라고 할 정도로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하는 생선으로, 주로 횟감용으로 사용하는데 은은하면서도 그윽한 맛과 향이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라고 한다. 


가자미도 아닌 것이 물메기도 아닌 것이 납작한 신발 밑창처럼 괴상하게 생겼지만 꽤나 맛이 좋아 경상도 해안지방에서는 명절날 동태전, 육수 전과 마찬가지로 달걀을 입혀 구워 먹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즐겨 먹었다는 생선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도버 소울(Dover sole)이라는 최고급 식재료이자,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로도 소개되고 있다.


갯벌에 엎드려 있는 '서대'


동해안 지방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바닷물고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박대와 서대’라고 한다. 그만큼 희귀한 물고기로 박대는 서해안(전라도 지방)에서는 복(福)을 불러오는 소중한 생선으로 꼽는데 대규모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생태계(서식장과 산란장) 파괴로 인간으로부터 철저히 '박대(薄待, 푸대접)'를 받아 '박대' 구하기가 점점 어렵다고 한다. 


반면, 서대는 여수지방에서 처음 찾아온 손님에게 서대회 비빔밥을 권장할 정도로 고급 생선으로 취급하는 등 오랜 기간 서민들의 밥상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기간 서민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영영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두 생선을 보지도 못하고, 맛도 못 본 국민일 것 같다.   


  

[박대와 서대]가 과연 국민이 좋아하는 맛일지? 아직 까지는 그다지 친근한 생선은 아니지만, 생긴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맛을 보고 판단해야 할 생선으로 ‘박대와 서대’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대 구이 정식'이라 쓴 식당(간판)을 본 기억이 없으며, 여수를 방문했을 때 ‘서대 무침’이라는 간판을 본 것이 전부다. 


'박대'를 거꾸로 하면 ‘대박’이 된다. 이름에서처럼 많은 국민께 사랑을 듬뿍 받아 대박으로 다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서대’ 역시 실과 바늘처럼 박대와 늘 함께하는 생선으로 박대와 같이 사랑받는 국민 생선으로 거듭난다면 몸값이 금값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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