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한중 Nov 26. 2021

겨울잠을 자는 '망둥이'도 희망은 있다

온갖 부정적인 이름을 다 지니고 있는 '망둥이'지만, 국민적 관심을...


우리가 많이 불러왔던 「망둥어」(옛날 어렸을 적에는 ‘망댕이’라고 불렀다)란 단어는 최소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망둥이 또는 망둑어」로 검색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해답을 구할 수가 있다.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몸의 길이는 보통 10cm 정도이며, 배지느러미가 빨판처럼 되어 있다. = 망둑어(≒망둥이, 망동어, 망어, 탄도어, 난호어)」


주로 갯벌이나, 바닥이 진흙 또는 모래로 이루어진 강 하구 근처에 서식하는데,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아가미의 물주머니를 이용해 긴 시간 호흡을 할 수 있어 최대 60여 시간까지는 거뜬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편하게 사용해 왔던 ‘망둥어’는 표준어가 아니라 ‘망둑어’의 방언이라거나, 아예 망둥어라는 이름의 물고기 자체가 없다고 한다.




망둥이는 문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세계적으로 6백여 종이 존재하고 있어 지구 상의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은 종(種)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말뚝 망둥이, 문절망둑, 짱뚱어, 밀어」 등 4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을철이면 서해안 바닷가 어디든 망둥이 낚시를 즐기며 힐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하기야 대한민국 국민으로 망둥이 낚시 한 번쯤 안 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느 낚싯대든 상관없이 쉽게 잘 물어주는 물고기가 바로 망둥이기 때문이다. 망둥이의 눈은 망원경 모양으로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같이 튀어나와 다른 물고기에 비해 빈티가 난다 해서 ‘쓸모없는 물고기’로 취급받아 왔는데,


아주 오랜 옛날에는 일명 작살이라고 하여 긴 나무에 못을 박아 잡기도 하였다. 또 망둥이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여름부터 갯벌을 휘저으며 갯지렁이와 게, 바닥의 유기물까지 부지런히 섭취하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통통 오르고, 씨알이 굵어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라고 한다.    

 




[망둥이(망둑어)]는 망둑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의 총칭으로 대부분 지느러미를 이용해 자유롭게 유영을 하지만, 강한 식탐 탓에 제 동족의 살을 미끼로 사용해도 덥석 무는 습성이 있어 조상도 몰라보고 잡아먹는다 하여 ‘조상이 없는 물고기’(무조어)로도 불린다.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덜된 사람을 비유할 때나,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얼간 망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미끼를 물었다 운 좋게 풀려나더라도 먹을 것 앞에선 물불을 가리지 않은 채 낚싯바늘을 향해 돌진하는 습성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잡을 수 있어 진짜 강태공들은 망둥이 낚시는 낚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말뚝 망둥이]는 크기는 작지만, 연안이나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지역의 갯벌 바닥에 서식하는데 물과 뭍을 오가며 새우ㆍ게 등 작은 갑각류나 곤충 등을 잡아먹고 산다.


손과 발은 없지만,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한 점프력이 뛰어나 방파제나 갯벌의 말뚝에 달라붙어 있어 말뚝 망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펄 위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것 역시 몸 좌우 측에 다리처럼 생긴 가슴지느러미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며, 머리는 크고 눈은 머리의 등 쪽에 볼록하게 솟아 있으며,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1주일도 산다고 한다.    

 

말뚝 망둑어(망둥이)




[짱뚱어]는 망둑어의 한 종류로 만조와 간조 사이에 드러나는 갯벌에 구멍을 파고 그곳에 서식하는데, 갯벌에서도 오염이 전혀 없는 곳에 살기 때문에 해양오염을 알리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썰물 때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기어 다니면서 잽싸게 먹이 사냥을 하는데, 갯벌 위를 걸어 다니거나 이리저리 뛰어다녀, 물고기는 모두 헤엄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트린 대표적인 물고기이기도 하다.


짱뚱어는 보통 물과 뭍을 오가는 수륙양용(물이나 땅 위를 이동)으로 물 밖에서도 머물기도 하여 예로부터 ‘갯벌 위의 쇠고기’라 불렀다고 하는데, “짱뚱어 100 마리와 당귀로 만든 진액을 세 번만 먹으면 1년 내내 몸살을 앓지 않는다”는 민간처방도 전해지고 있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햇볕을 많이 받으며 자란 짱뚱어는 비교적 비린내가 나지 않아 탕 재료로도 으뜸이다. 이름도 생뚱맞고, 습성이나 생긴 것이 특이하지만 맛과 영양가가 예사롭지 않은 물고기로 낚시를 이용한 짱뚱어 사냥은 언론에 자주 홍보되어 아마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라남도 순천, 해남, 신안, 벌교, 강진 등 주로 남녘의 청정 갯벌에 서식하며, 다른 망둥이와 차이는 화려한 등지느러미가 특징이다.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2m 밑 갯벌에 구멍을 파고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잠둥어ㆍ잠퉁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기물을 섭취하는 짱뚱어




작고 보잘것없어 하찮고 시답잖은(볼품이 없어 만족스럽지 못함) 망둥이라고 하지만, 낚시(손맛)로, 저렴한 가격으로, 맛도 좋아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때로는 애주가의 맥주 안주로, 국민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이로움을 주니 망둥이한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연안개발과 해양오염으로 그 흔하다는 망둥이마저 서식지를 빼앗겨 우리 밥상에서 멀어질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갯벌을 떠나는 망둥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직은 상품 가치가 낮지만, 연안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고기인 만큼 서식환경 조성과 갯벌을 보호하는데 너와 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어쩌다 「동족을 잡아먹는 물고기, 작고 쓸모없는 물고기, 그 수가 많아 천대받는 물고기, 멍청이 물고기, 조상이 없는 물고기」 등 온갖 부정적인 이름은 다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갯벌을 지배하는 물고기로 갯벌의 왕자라는 타이틀도 있으니, 세상 사람 모두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망둥이의 명성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을 깨어버린 물고기로, 갯벌에서 찾는 보양식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물고기가 바로 “망둥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은 비록 볼품없는 존재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우리 식탁에서 음식의 귀한 재료로 대접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망둥이가 겨울잠을 자면서 꿈꾸는 유일한 희망인지도 모른다. ^.^




이전 09화 결코 '비굴'하지 않은 삶의 물고기 '조기'(굴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