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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Jul 01. 2023

껌값 '전어'와 여보 '민어'

우리가 바다로부터 받는 혜택 대신 우리는 바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는 대표적인 생선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싱싱한 물고기로 우리나라 동ㆍ서ㆍ남해에서 철 따라 어획되고 있다. 더해서 시각ㆍ후각ㆍ미각ㆍ청각을 즐겁게 해 주는데 이것들은 모두 바다가 고향인 생명들이다.     




[전어]값이 턱없이 하락하여 개도 안 물어간다고 할 정도로 껌값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쯤으로 기억된다. 충청과 전라도 지역의 전어양식 어가들이 성업으로 육지에서 생산량은 넘치는 데 바다에서도 자연산 전어가 풍어를 이루어 가격 폭락과 연료비는 물론이고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다는 생산 어민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전어가 껌값 취급을 받은 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과잉생산으로 인해 소비량을 충족하고도 남아 발생한 일로 어민들도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 보니 결국 행정이 나서 소비 촉진 운동을 펼쳤고 ‘양식 전어를 먹읍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개한 언론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가격의 대폭락과 판매 부진 등 이중고를 겪던 전어양식 어민들을 위해 단체급식을 하는 군부대와 대기업, 학교 등을 상대로 전어 팔아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지만, 소비되는 양이 생산된 양에 비해 턱없이 미미해 한계에 봉착하자 


중앙정부의 도움으로 대량소비처를 물색한 끝에 저가지만 사료용으로 수매(판매)하였다는 내용은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확인을 할 수가 있다. 


오래전에 발생한 상황이라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농업 부문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은 되풀이되는 현상으로 어업 부문에서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세상의 이치란 너무 풍족하거나 너무 부족함이 없이 형평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을철 연탄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어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전어는 보는 맛과 먹는 맛이 좋아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그러니 ‘가을 전어 머리는 깨가 서 말’이라거나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의 발길도 돌아서게 한다’라는 속담이 예사로이 만들어진 말이 아닌 듯싶다. 


가을에 전어가 가장 맛있는 이유 또한 봄철에 비해 세 배나 높은 지방 함량 때문으로 농후한 맛은 많은 미식가로부터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때는 그렇게도 지천(아주 흔함)이던 전어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귀해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의 감소와 손익분기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식 및 전어잡이를 포기하는 어민들로 가을철 별미인 전어를 가족들이 함께하기에는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전어 10마리를 한 묶음으로 팔던 전어(箭魚)가 지금은 전어(錢魚)로 표현되고 있다. 한때는 가격이 ‘한 마리가 비단 한 필’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 껌값 전어가 얼마나 귀한 생선이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횟집 수족관에서도 팔팔하게 유영하는 전어를 자주 만날 수가 있는데 이놈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입 주변에 립스틱을 바른 것 같은 모양을 한 전어를 목격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바로 자연산과 양식산을 구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양식산 전어는 입 주변이 붉은색이고, 자연산은 흰색을 띠고 있다. 여기에다 날씬하지만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자연산이고, 배가 불룩하고 크기가 비슷비슷하며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면 양식산으로 보면 거의 정답에 가깝다.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에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며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물고기로 ‘여름철 보양식 민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줄임말로 ‘여보 민어’다. 


가격은 비싸지만, 고급 어종인 민어는 예로부터 백성과 임금님이 나눠 먹은 여름 보양식으로 주로 초복(7월 초)과 말복(8월 중순) 사이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해마다 초여름이면 횟집마다 ‘민어탕 개시’라고 쓰인 현수막이 하나씩 내 걸리는데 ‘삼복더위에 〇〇은 민어를 먹고 〇〇은 ○○탕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도 귀한 생선으로 한 번에 민어를 식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는 핵산 성분이 풍부해 여름철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국 최대 민어 산지는 전남 신안 앞바다로 오랜 세월 ‘삼계탕과 장어에 이어 민어탕’이 ‘보양식의 왕’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삼복 복달임으로 ‘민어탕은 일품, 도미탕이 이품, ○○탕이 삼품’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한다. 


물고기지만 비린내가 거의 없고 가시가 적으며 살이 많아 맛이 담백하여 생선 중에서도 고급스러움이 풍긴다고 한다. 


간혹 중국산 점성어가 민어로 둔갑하여 팔리다가 적발되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기도 하지만 수조에서는 정상적인 민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주로 선어로 유통되는데 그 이유는 일단 어획되면 부레에 공기가 차기 때문에 활어 상태라 하더라도 수조에서는 모두 배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참고로 점성어(또는 홍민어)는 꼬리지느러미 부위나 몸에 ‘검은 반점’이 있고 머리는 ‘누런빛’을 띠지만 민어는 ‘은색’을 띄고 있다.     




서해안 어느 어촌에 가면 ‘민어도’라는 지명을 가진 조그마한 섬이었던 곳이 하나 있는데 갯바위 낚시로도 유명한 이곳은 1900년대 초ㆍ중반까지 민어의 집산지로 명성을 얻어 자연스레 민어도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산업화로 육지와 연결(방조제 축조)되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다. 


또 목포에 가면 ‘민어의 거리’로 유명한 관광지가 있어 ‘민어회부터 민어전과 민어초무침 그리고 민어 매운탕’ 등 민어 정통 요리를 맛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까움도 있으니 지구 온난화와 남획 등으로 어획량 감소가 얼마나 지속될지 앞으로가 걱정이다. 


옛날처럼 ‘민어’ 자원이 회복되어 사계절 많은 사람의 입맛을 돌아오게 해 준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다에게 요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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