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난 Aug 17. 2024

마음잇기

 늦은 밤 한통의 문자가 왔다. 이모티콘으로 그득한 장문의 문자는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러키비키 한 하루가 되세요^^'로 시작되었다. 대충 훑어보니 보이는 추천이라는 문구와 매겨진 번호. 스팸인가 싶어 다시 발신인을 확인했다. 처음 본 것과 마찬가지로 발신인 자리를 차지한,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 묻어놓았던 옛 친구의 이름.


 당혹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며 찬찬히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하나, 둘 매겨진 번호 옆에는 추천하는 음료, 노래, 활동 등이 즐비해있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기분전환용 행위와 사물들이었다. 온갖 이모지로 채워진 문자 가득, 수신인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길 바라는 그 아이의 마음이 흘러넘쳤다.


 웃음이 났다. 일 년이 넘도록 보지 못한. 같은 반이었던 것에 불과했던 인연이 이렇게 이어져나간다는 것이. 삶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고, 단조로움을 특별하게 채색한다.


 집 근처 음식점에 갔다 우연히 마주친 절친한 친구의 가족들. 눈이 마주치자 입가에 번지던 웃음과 다정한 색채의 눈빛. 친근하게 물어오는 근황과 투박하게 던져진 행운의 기원.


 수능 백일 전이라며 기프트콘을 보낸 친구의 활기찬 응원과 1주일 남짓 sns에 업로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화가 와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친구의 걱정과 애정.


 일상은 그들로 인해 풍요로워진다.


 문득 상대가 떠오를 때면 편지를 적는다. 손편지든, 카톡이든 관계는 없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사소하게라도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적어나간다.


 누군가 그랬던가. 편지를 적는다는 것은 상대를 축복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편지를 통해 너와 내가 이어지고, 그렇게 외로웠던 나날에 몽글몽글한 구름이 내려앉는다.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 소소한 상대의 특성을 기억하려 애쓰고, 상대의 특별한 날을 축복한다.  내가 그들로 인해 받았던 기쁨을 다시 그들에게,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파서. 우리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별것 아닌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이윽고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메워가길 바라며.


 

 

이전 06화 관계의 기간, 첫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