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모전에 이런 소설을 내도 되는 걸까?
첫 문학 공모전 후기 (2)
(전편에서 계속됩니다.)
복학을 하고 나니 정신없었다. 학교는 몇 년 사이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학교 어플이라는 게 생겼는데,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오곤 했다. 대부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알람이 왔다. 'OO대학교 OO문학상 모집' 알림을 눌렀다. 시, 소설, 평론 부문. '소설 부문: 단편소설 1편 원고지 약 70매'. 그때 내가 쓴 소설이 생각났다. 그걸 잘 다듬으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한은 내일모레까지. 그날부터 그 소설을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고치기 시작했다.
공모전이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다. 원고지 70매라고 적혀있길래, 정직하게 200자 원고지 형식으로 냈다. '이렇게 내면 읽기 힘들지 않나? 되게 전통적인 방식이네'라고 생각하며. 원고지 70매는 분량에 불과하며, 워드 형식으로 내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다. 이 자리를 빌려, 무식한 원고를 읽느라 고생하셨을 교수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사실 지원하면서 조금 쫄았다. '교수님이 심사하는 작품인데, 대학원생이 교수를 죽이는 소설을 내도 되는 건가? 어디 불려 가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걸 내야 하나, 수십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내고 싶었다. 누군가 내 소설을 읽어주길 바랐고, 한 번쯤은 미친 척해보고 싶었다.
12월 둘째 주, 문득 그 문학상이 생각났다. '그거 발표일이 지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안됐다는 걸 예감했다. 당선이 되었다면 개별 연락이 왔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보았다. 역시는 역시. 내 이름은 없었다. 어떤 작품이 당선되었는지 궁금해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멋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공모전에 대한 국문과 교수님의 총평이 있었다. 그중 한 문장에 눈길이 갔다. '어떤 주인공은 연구비를 착복한 지도교수를 살해하는 대학원생이기도 하고, 소음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온 이웃의 자살에 안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내 얘긴가....?'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아니야, 혹시 몰라. 누가 대학원생이 교수를 죽인 이야기를 썼을 수도 있지. 근데 그 뒷 문장은 아무리 봐도 내 소설 같은데? 세상에 교수가 심사하는 공모전에 교수가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내는 또라이가 나 말고 또 있을까?' 벌떡 일어났다.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덜덜 떨렸다. "어떡해. 내 소설 맞나 봐!"
누군가에게 글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처음이었다. 사실 평가라고 하기도 뭐했다. 그냥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한 문장을 할애(!)할 만큼 내 작품이 인상 깊었다는 뜻이니까. 그것도 눈물 나게 좋았다. 그 뒤로 며칠을 그 글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모자라 정성스레 캡처해서 핸드폰 갤러리에 모셔두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다는 감각, 그 감동이 주는 떨림.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그 떨림을 잊고 싶지 않았다. 또 느끼고 싶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 글을 써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