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늘해

살다 보면 실제 존재했던 일인지 어색할 정도로 꿈같은 시간들이 있다. 그것이 꼭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이다.


알고 지낸 사람들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떠난 이들도 있고, 자주 연락하지 못한 채 안부만 들려오는 이들에게는 그 소식 자체가 믿기 힘든 먼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좋은 일도 마찬가지다. 운이 따라 좋은 결과를 얻어 인정을 받거나, 꿈에서나 바라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결과가 언제나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어쩌면 그 모든 일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짧은 순간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순간들도 그렇다. 여행자의 기억은 언제나 짧기에, 일상에 돌아온 순간 내가 그것을 실제 경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 중에는 다양한 삶과 사람들을 보며 인생을 환기하고 마음을 넓힐 수 있었지만, 현실로 복귀한 뒤에는 그런 여유를 지속하기가 참 어렵다.


그저 멀리 있는 행복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럼에도 주중과 주말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모아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여행의 기억마저 없다면 어땠을까.


내가 로봇이 아닌 이상 이미 모든 기운이 다해 쓰러졌으리라 애써 위안 삼으며,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출근길에 오른다.


여행은 아득해지고, 당장 오늘 예정되어 있는 일들에 벌써부터 불안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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