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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 유경미 Jul 13. 2024

7. 아이와 아버지

한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염소 풀 먹이는 일을 배우고 소에게 꼴 베다 주기도 하며 함께 들판을 나서며 볏짐을 높이 쌓고 경운기를 운전했다. 나이 든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여겼다. 아이는 늙은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면서 외롭고 씩씩하게 성장했다.

아이는 돈이 벌고 싶었다. 가난이 싫었다. 주위에서 이 뭐냐 물으면 빨리 어른이 되어 돈 버는 거라고 했다. 나이 든 부모님 곁에서 농사나 짓고 싶지 않았다. 농고 가서 농사일을 함께 하자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도시로 나갔다. 형과 누나들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젊고 강단이 있어 보였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너무 늙어버린 부모였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반항하며 홀로 사회생활을 했다. 집에만 가면 아버지와 싸웠다. 늙은 부모님이 서글펐지만, 자신의 상황이 싫어서 부모님에게 더 반항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홀로 사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 틈에도 부모에 대한 사랑은 어쩔 수 없었다. 피는 끊기 어렵다. 가끔 집에 가면서도 이내 싸우고 돌아왔다. 사실 싸우는 것은 싸우는 게 아니었다. 걱정이었다. 충청도 사람들의 말투는 그들만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퉁명스러움 속에서 사랑을 재확인했다.

암이다. 예전에나 닥치면 죽는 병이다. 지금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검사를 또 하고 또 한다. 얼마나 전이가 되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미래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막내로 자란 아이였지만 언제나 늙은 아버지만을 바라보았지만 막상 그가 없어진다는 걸 예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전이가 되어 더 이상 손쓸 수 없더라도 아이는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았다. 반면 아버지는 여태껏 잘 살았다며 "죽어도 여한이 없다."를 반복하실 것이다. 아버지를 위해 한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만 같다.

검사를 하는 중 두 시간의 비는 시간이 생겼다. 부자는 병원 근처 드라이브를 나선다. 처음 보는 인천대교에 아시아의 허브 인천공항, 아시아 최초의 해저터널에 세상 참 좋아졌다며, 덕분에 좋은 구경 했다고 아버지는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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