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12. 도덕성과 양 - 다른 사람의 도덕성에 비해 어느 한 사람이더 높은 도덕성을 가지는 것은 흔히 목표가 양적으로 더 큰 경우에서만 성립한다. 좁은 영역에서 작은 목표에 몰두하는 것은 그를 아래로 끌어내릴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8)
‘도덕적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친절하고, 정직하며,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을 떠오른다. 니체는 한 사람의 도덕적 높이는 그가 추구하는 목표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좁고 사적인 목표에 매달리는 사람은 아래로 끌려 내려가고, 더 큰 목표를 향하는 사람만이 더 높은 도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의 목표는 지각하지 않고 출근하는 것, 까다로운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 오늘 할 일을 무사히 끝내는 것이다. 퇴근 후에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편히 쉬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 목표들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좁은 영역에 갇혀 있다. 나의 세계는 나의 안락함과 편의라는 작은 원 안에서 맴돈다. 니체의 말처럼, 이런 작은 목표들에 몰두하는 동안 나의 정신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년 전부터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고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나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목표는 점차 커져갔다. 나의 글에 ‘구독’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생기고, 간혹 댓글이 달리면서, 나의 글은 더 이상 나만의 글이 아니게 되었다. 나의 목표는 이제 단순히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 되었다.
니체가 말하는 ‘더 높은 도덕성’은 거창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가진 목표의 방향과 크기를 바꾸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브런치 작가로서 ‘많은 구독자와 ‘좋아요’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자칫 유행을 좇거나 자극적인 글쓰기에 매몰될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나의 글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를 얻고, 세상을 다르게 볼 용기를 얻게 한다’로 바꾸면, 글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독자의 마음에 더 깊이 공감하려 노력할 것이고, 한 문장 한 문장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목표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나의 도덕적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니체의 통찰은 도덕이란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규칙의 나열이 아니라, ‘~을 향해 나아간다’는 적극적인 의지임을 알려준다. 나의 시선을 나 자신에게서 거두어 더 큰 세상, 더 높은 목표를 향할 때, 나의 삶은 비로소 도덕적인 의미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의 목표는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나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는가, 아니면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