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시에 출근하지 않는다

그보다 15분 일찍, 딱 그만큼만.

by 한끗작가


우리 회사의 공식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나는 늘 8시 45분쯤 도착한다.


9시 출근인데 왜 그러냐고 묻는 사람도,

그 시간에 오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그게 맞다.

나한텐.


30분 일찍 와서 커피 마시며

여유 부리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각에 숨차게 들어오는 사람도 못 된다.


그냥 8시 45분.

지각도 아니고, 성실도 아닌,

어느 쪽에도 걸치지 않는 시간.


적당히 빠르고,

적당히 무심한 척할 수 있는 거리.




생각보다 빨리 회사 근처에 도착한 날은

회사 앞 카페에 들러 잠시 시간을 보낸다.

날이 좋을 땐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을 때도 있다.


누구랑 마주치지 않기엔 딱 좋은 시각.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할 사람 없이

가만히 서 있기 좋은 시각.


그게 좋다.

누구 눈치도, 누구 환영도 받지 않는 그 15분 일찍.




회사에 너무 일찍 들어간다는 건

회사랑 너무 친해지는 기분이라서 싫다.


그렇다고 딱 맞춰 가자니 한순간만 삐끗하면 지각이다.


회사와 나 사이엔

딱 그 정도 거리가 좋다.

15분쯤의 거리.


누가 뭐라 한 적 없고

지금도 아무 일 없지만,

나는 늘 8시 45분에 도착한다.


그건 내 하루가 흔들리지 않게

기둥 하나를 박아두는 방식이다.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근데 나한텐 묘하게 중요한 그런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9시에 출근하지 않는다.

그보다 15분 일찍, 딱 그만큼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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