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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Nov 10. 2023

용서받지 못한 잘못

고백은 두려운 일이다. 북한에서 행한다는 자아비판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솔직해지는 것이 몹시 견디기 힘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과오가 많다.      

지금껏 타인에게 하지 못한 고백들이 많다. 기억 속 그것들을 떠올리기라도 한다면 언제라도 그것들은 내 심장을 쿡쿡 찔러댄다. 나는 그것을 일기장에 쓸 용기조차도 없다. 그것을 말한다는 것은 금기를 어기는 것과 같다. 누구에게라도 고백한다면 나는 금세 얼굴이 붉어질 것이고 나는 그것을 들은 사람은 나를 이질적인 사람으로 볼 것이다. 나의 약점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살지도 모른다.  

고백할 수 없는 아픔은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다. 아무리 철없을 때의 일일지라도 그것은 나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일들은 잊기를 바라지만 오롯이 기억에 남아있다. 일 년 만에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몇십 년 만에 다시 그 사건이 머릿속으로 날아들 때가 있다.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얼마나 굳게 결심했는지 술에 취해 있을 때도 꿈속에서도 절대 꺼내지 않는 말들이다. 그렇게 고백이라는 말은 나를 극도로 아프게 한다.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는 한 가지 도리는 과오를 거울삼아 앞으로 그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잘못의 대가를 올바로 치르는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잠들기 전 암전 상태에서 하루의 일들을 회상한다. 일기 대신 하는 일이다. 물론 몹시 피곤하거나 술에 취해 있다면 건너뛰는 날도 있다.

'하루를 무탈하게 잘 지내 왔나? 나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피해 본 사람은 없었나? 가치있게 지냈나? 더 잘할 수는 없었나? 착하게 살았나?'

머릿속으로 되뇐다.      

이렇게 착하게 살려고 다짐을 하는데도 하루를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또는 나를 또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을 대할 때가 그렇다. 그럼 또 그날 밤 다짐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있으면 내 잘못이 아닐지라도 먼저 화해를 청한다. 관계가 틀어지는 일들은 일 년에 한두 번 일어날 뿐이다. 두려운 것은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다시 그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마치 주머니 속의 전화기가 잘못 눌러져 통화가 되는데 꼭 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만 전화가 연결되는 것과 같은 마음졸임이다. 그 두려움 더욱 조심성있는 사람으로 길들인다. 

내가 기억하는 고백하지 못한 잘못은 나에게 달라붙어 떨쳐지지 않는다. 고백하지 못해 용서받지 못한 잘못은 나를 괴롭힌다. 나는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언제나 나의 등 뒤에서 사려깊게 그리고  진실하게 살라고 틱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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