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순
솔직한 우리에게 사랑은 과분했던 걸까.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양귀자, <모순> 中-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너무 솔직해져선 안 된다. 악의 없는 솔직함보다 선의의 거짓말이 사랑에 적합한다. 악의 없는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은 사랑에 있어서 위험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남인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만큼 변명이나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 나의 속사정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잘못한 것은 책임지고 바로잡는 것이지 나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법이다.
말을 하다보니 주제가 산으로 흘러갔다······.
순수한 사랑이란 만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결국 누가 더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냐의 문제가 아닐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거늘······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이 사회의 평범한 사람 1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온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 굴었지만 세상에서는 놀랍게도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비춰질 뿐이다. 자신이 연예인 같은 게 아닌 이상, 아니, 연예인이라도 그들도 다 똑같은 인간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그렇 듯이 나도 똑같다. 이 진리를 깨우치는 데 얼마나 많은 고뇌가 필요했는가.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양귀자, <모순> 1-
두 사람만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거짓말의 감정은 곧 유혹이기에 우리는 보다 나은 나로 상대방을 유혹한다. 그래야지 상대방이 보다 나은 멋진 나를 보고 넘어올 거라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직 더 필요한 나에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래서 민낯의 얼굴을 들고 다니면 만만해 보였던 것이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 싫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남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보다 더 나은 나를 보여 주면서 사랑과 인정을 얻고 싶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아버지처럼, 김장우에게도 알지 못하는 생의 다른 길이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을지 몰랐다.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양귀자, <모순>2-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이라는 걸.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버렸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예뻐하고 사랑해 했다. 그게 독이 되었던 것이다. 사랑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과유불급이거늘······.
마지막으로 양귀자 작가의 <모순> 속 말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보장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양귀자, <모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