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사랑

여름은 자신의 언어로 구원받는 계절.

by 한월

여름은요. 나의 언어로 구원받는 계절이라서 좋은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말 투성이겠죠, 당신에게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아마 죽어도 나의 우수에 어린 감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의 힘의 위력은 엄청나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밖에 없는 빨간실인 거야.

나는 네가 서정시를 쓸 수 있었다는 것에 감동이었어.

담백하게 건네줄 수 있는 말이지만 그걸 여름의 풀벌레 소리와 새벽의 환경음으로 승화시킨 노력은 아주 칭찬해주고 싶어.

그래서 나도 나만의 사랑시(love poem)을 쓰고자 해.

사실, 러브 포엠이랄까 그런 것들은 이미 몰래 많이 쓰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축 쳐지고 우울한 글들밖에 없는 것 같아서 나도 릴케나 김소월, 백석과 같이 로맨틱한 사랑시를 써보고 싶어.

사랑을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면 우울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아.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하고 기적같은 것이니까.

어쨌든, 나도 써둔 러브 포엠으로 속답해둘까.


<6월의 마지막인 6월 30일에 쓴 시>

장마로 날마다 비가 오는데, 그럴 때마다 늘 몽롱한 건 변함이 없지만 우수에 젖은 눈짓이 되곤 한단다. 그렇니, 정오야.

사모(思慕)한다는 뜻은 우리가 곁에 있지 않아도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거야.

안녕, 유월아. 안녕, 칠월아.


"사랑받으며 난 사랑하기 시작했고 받은 것의 조금밖에 못 미치지만 이제 내가 지킬 차례야, 은혜 갚을 차례야. 더 이상 상처입도록 두지 않을 거야. 지금이라면 알 수 있으려나. 알려나. 널 영원히 지켜준 건, 이런 상냥한 마음이겠지." —녹황색사회, <사랑하는 사람 思い人 omoibito)>


<애급옥오>

쓰르나미가 찌르르 하고 울었다.

지금은 적막이 내려 앉았다.

오늘이 칠석이었으면 하니

내 동백닢 털털이 그대에게 내주어, 내주오.

그대를 믿사오니 나의 있는 정, 없는 정까지 다 내준 것이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허리에 두르고 있던 것을 벗어 내어

봄의 벚꽃부터 여름의 수국,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서리낀 동백꽃까지

낭군님 오신 날이면 그것을 굽이굽이 펼쳐내보이리라.

이미 달궁달궁한 나의 주머니.

아아, 낭군님 돌아오실 적에 다시 해맑게 웃을 수 있길.

애틋한 이 감정은 그립고 그리워서 사랑으로부터 하여금 빠져나올 수 없어요.

작년과 똑같이 쓰르나미가 찌르르 하고 울었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감촉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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