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아름다움(長美)을 가진 장미
그녀는 내가 사온 꽃다발에서 장미향을 눈을 지그시 감고 음미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아예 장미꽃 한 송이를 슬쩍 빼가선 그녀의 엷은 입술에 가져다 대더니 이내 희고 가는 손으로 그것의 꽃잎을 뜯어내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무개 씨.”
나는 그 어떠한 감탄사나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그러고 나니 어느샌가 그녀는 내 앞에 와 있었고, 붉은 꽃잎을 내 가슴에 장난스래 흩뿌리고선 유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나는 그녀의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건 그녀의 매력이자 내가 그녀에게 반한 부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 눈물점 뿐만 아니다. 그녀의 새까맣고 투명한 눈동자에 그 커다란 눈조차 나를 혹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찰랑이는 그녀의 칠흑같은 긴생머리가 가장 매혹적이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마냥 아름답다 못해 옛 신화에서 나오는 여신 같이 신비로운 느낌이 물씬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의 우아한 자태를 상상하고 있자니 괜히 졸렬하고 음탕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될 뻔해서 뜨악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급 찻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러고 나서 손목 시계로 시간을 보니 슬슬 이 카페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녀에게로 가는 것을 결심했다. 마침 카페의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꽃집이 있는 게 보여 저기에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
앉아 있던 편안한 소파에서 일어나 벗어둔 갈색 코트를 걸치고 이곳에서 빠져 나와 곧장 꽃집으로 가서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꽃들을 처음 꽃구경을 나온 아이 마냥 둘러 보았다.
그러다가 분홍색 모란과 하얀 매화, 복숭아꽃을 뒤로 붉은 장미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모란, 매화, 복사꽃도 매우 훌륭했지만 그녀에게는 저 붉은 장미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흑색과 백색의 대비를 가진 그녀에게는 적색과의 대비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와 같은 여자에게는 우아하고 고귀한 장미가 어울렸다. 그리고 저 장미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에 가게 주인을 불러 장미꽃 한 다발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꽃다발을 받아들고 장미꽃 향기를 머리가 아플 정도로 한껏 들이마셨다.
“이거 하나 참 독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