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해'라는 말이 네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의 '사랑해'라는 말이 너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경황이 없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찌 보면 사치와도 같은 걸지도 몰라. 아니, 사치라고 생각해. 그래서, 아무래도, 나의 사랑한다는 말은 환상, 거짓이 될지도 모르지. 적어도 네게 있어서 말이야. 사랑이란 뭘까?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 못 하는 편이니까 너와는 달리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명제를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그런 건 아무렴 좋은 일일 테니까. 아마,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겠지. 그게 정상적인 생각인 거니까. 네가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어도 난 알 수 있어.
첫째는 그게 정상적인 생각이기 때문이야. 둘째, 평소 너의 말버릇과 가치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야. 아무튼, 그러므로 네게 있어서 사랑은 자유로워야 되고, 행복해야 되는 거야. 그렇지 않아? 상대방이 슬퍼하지 않고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차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상대방이 을이 되지 않는 것, 아니, 그 누구도 이 관계에서 갑과 을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야. 그것이 네게는 사랑인 거야. 그게 정상적인 사랑인 거야. 하지만, 나의 사랑은 너에게 있어서 공정하지 못하고, 부담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자유나 행복이 아닌, 그리움이거든.
이곳에 남겨진, 여운과도 같은 것. 과거의 흔적. 함께 보냈던 시간들. 그런 것이 나에게는 사랑이라서(이해 못 할 말을 계속 하는 것 같지만) 너의 행복과 자유를 공정하게, 보편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렇기에 나는 널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나도 너의 사랑을 따라서 자유와 행복을 빌어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 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 널 사랑해 주지 못 했던 건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 그래서 난 지금까지 네게 먼저 연락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어, 굉장히.
너의 자유를 침해하고 싶지 않거든. 어떻게 보면, 방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네가 원하는 취향의 사랑을 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보고 싶다는 말도 쉽게 할 수 없어. 우리가 싸웠던 이후로 난 한 가지 확신하고 명심한 게 있어.
아아, 너의 사랑은 나의 자유와 행복이구나. 동시에 네가 내게 바라는 것도 그러한 것들이구나. 그렇기에 더욱이 내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은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때? 맞는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분한 걸까?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너는 정말로 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잘 살아가는 게 너에게 있어서는 행복이고 사랑인 거야? 너무하다고 생각해. 너는 내 부모님도 아니면서 어째서 부성애를 내게 보여 주는 거야? 너로부터 독립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게 너의 행복인 거야? 나는 아니지만... 그게 옳은 사랑인 거겠지.
나는 불완전하고 제대로 되지 않은 인간이니까. 너처럼 그런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 해. 그저, 집착과 애착만이 내 사랑인 것만 같아. 아아, 가여워. 어쩜 이리 가여울까. 내가 너무 가여워. 너조차도 너무 가여워. 우리는 너무 불행해.
-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해야만 했다. 이렇게 말이다. 내게 너무 목매여 있지 말아 달라고. 너는 너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고. 너는 이제 어른이니까. 너는 너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그녀에게 말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줄만 알았다. 계절이 돌아올수록 나와 그녀의 기억(추억)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어떻게 이별까지 알 수 있으랴, 나는 그저 그녀를 사랑했을 뿐인데. 나는 그때 답했어야만 했다.
그녀에게 나의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난 지금 어디에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