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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 '더 좋은 날'을 꿈꾸며

by 스마일한문샘

초임 때부터 수업은 늘 사랑이며 고민입니다. 어떤 날은 마냥 잘 풀리지만 해마다 힘든 반, 버거운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2002년 5월쯤? 들어가는 반마다 수업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해 할 때 같은 학교에 있던 친구가 "아이들에게 수업의 장단점,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등을 쪽지로 받아 보면 도움이 될 거다" 해서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간단한 수업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물에 빠진 듯한 반이 있었습니다.


5년 육아휴직하고 복직하면서 다른 학교에 발령받으니 다시 신규가 된 듯했습니다. 쉽지 않은 아이들 만나며 순간순간 인내심을 시험하다 보면 어느새 4시 30분. 방전된 마음에 충전이 간절해 없는 시간 쪼개어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차량 오는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는 날은 달달한 카페모카 한 잔 놓고 10분? 20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면 내일은 더 좋은 날이라는 작은 바람이 여린 마음에 살며시 찾아왔습니다. 그 힘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수업할 수 있었습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맙고 따스한 말이 많지만 다른 해보다 시린 말이 늘었습니다. 다정한 말은 오래 담고, 잊고 싶은 말도 스스로를 다듬어야 하는 부분이라면 품어야겠지요. 그렇게 또 '더 좋은 날'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스무 살부터 아껴 듣던 노래처럼, 수업 때 칠전팔기 가르치던 마음처럼.


* 七顚八起(칠전팔기) :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뜻으로, 여러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는 말입니다.


* <더 좋은 날> (한돌 작사, 작곡, 신형원 노래)

https://youtu.be/SVgMF-pBVVc

꽃처럼!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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