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목요일부터 1월 29일까지 대학병원에 입원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나에게 닥쳐 많은 놀람이 있었지만 모든 검사를 마치고 간단한 감염이었음을 안 후 한시름 놓고 이렇게 글을 쓴다.
지난 1월 12일 수요일 밤 10시경, 오른쪽 눈꺼풀이 투툭~하고 떨어지는 미세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 뭐지?' 싶어 눈알을 좌우로 굴려봤는데, 눈꺼풀이 뭔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니 눈꺼풀이 살짝 부은 듯했고, 그래서인지 약 1~2mm 정도 눈꺼풀이 내려앉아 있었다. 뭔가 다래끼가 났다 싶은 느낌. 별일이 아니겠지 싶은 마음과, 또한 그날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여 병원은 가지 않았다.
다음 날인 금요일이 되니 눈이 반 정도 더 감겨있었고, 눈꺼풀은 더욱 빨개져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아침 9시 반에 근처 큰 안과에 갔다. 선생님은 보시자마자, 대수롭지 않은 듯 "다래끼입니다."라며 항생제와 항히스타민 약을 처방해주셨다. 금토일 3일간 받은 약을 잘 먹고 월요일이 되었다.
근데 월요일 아침이 되자 눈이 거의 안 떠졌다. 거기에 눈꺼풀이 퉁퉁 부어있었다. 서둘러 같은 병원에 갔더니 선생님이 내 눈을 한참 보시더니 "안검하수 현상이 심하네요. 원래 안검하수가 있지는 않으셨죠? 제가 보기에 신경 쪽 문제인 거 같습니다.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하셨다.
이 선생님은 원래 건조하다. 소리, 감정, 동요 없이 늘 같은 톤으로 말씀하시고, 또 약도 세지 않게 지어주시는 편이라 늘 신뢰가 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톤과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구체적인 설명도, 이것이 위험한 상황이란 것도 전혀 언급하지 않으신 채 그저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가 전부였다.
근처 대학병원을 수소문하여 가장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찜찜하던가. 뭔가 안과 전문 병원에 한 번 더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 오전 압구정에 위치한 성모안과를 찾았다. 운이 좋았는지 성모안과의 성 원장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성 원장님은 내가 가는 안과의 선생님과는 완전 결이 다른 분이셨다. 뭔가 정이 느껴지는 분이랄까. 원장님은 내 눈을 보자마자 "큰일이네. 어서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간호사 지금 당장 강남 성모병원에 전화해서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해드려."라고 흥분을 하셨다. 눈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는 우선 환자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뭔가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겁도 덜컥 났다. 내 눈~~ ㅠ_ㅠ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별 일이 없지만,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분 1초가 아까워서 그래요. 최악의 경우라면 시신경이 박리된다고도 할 수 있고.. 뇌신경에 이상이 온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일단 하루라도 빨리 큰 병원에 갑시다."라고 예약을 잡아주시며 설명해주셨다. 그 후 이런저런 검사를 하신 후 나의 시신경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안구 운동도 정상이고, 시력도 정상이고, 안압도 정상. 그러면서 큰 병원에 가서 최대한 빨리 체크해야 할 것은 시신경과 뇌신경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은들었지만, 집에 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나 웬만해서는 안 우는 씩씩한 사람인데.. 눈이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왜 이리 겁이 나던지 ㅠ_ㅠ
그때 로버트한테 전화가 왔다. 살짝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고 설명을 해주니, 그가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했다. 아무래도 다음 주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응급실로 가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눈은 정말 소중하니까.
집에 도착하니 로버트가 입원 가방까지 대충 싸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분이 이리 엉덩이가 가벼운 분이 아닌데, 눈이라고 하니 자기도 굉장히 두려웠으리라. 친정 엄마는 대전 이모네 놀러 가서 없었기에, 아이들은 아빠에게 맡기기로 했다.
두려운 마음으로 로버트와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도착해서코로나 테스트를 한 후 응급실로 들어가 아래와 같이 설명을 드렸다.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안검하수가 온 걸 수 있다는 소견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
건강의 이상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때 도둑처럼 툭~ 다가오는 듯하다. 그러면서 우리의 인생이 이리도 유약하고 유한한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