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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Kim Jan 31. 2022

안검하수'로 인한 장기 입원 (2)

'인생은 유한하기에 소중한 것임을..'

응급실에서 가장 빠르게 조치하는 몇 부위가 있다고 한다.

1. 심장, 2. 남성의 성기, 3. 뇌출혈 같은 신경.


약간의 TMI인데 나는 위에 3가지 이유로 응급실 또는 병원에 가본 경험이 있다.


먼저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 있어서 5년 전쯤 주말에 응급실에 갔었는데, 심장이 조인다고 하니 기다림 없이 바로 응급실로 안내해 심전도 검사 등을 해주셨다. 결론은 그 전날 무리하게 했던 요가 동작으로 인한 근육 통증이  원인이었다. 쟁기자세라고 들어는 봤는가ㅠ_ㅠ 죄송해요..


둘째 녀석의 고환 문제로 병원에 간 적도 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불알 한쪽을 빼고 외고환이 될뻔한 무시무시한 사건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의 고추는 무사하다. 남자의 고환이 얼마나 약하고 소중한지, 그리고 고환에는 골든타임이 있음을 미리 알고 계시길 바란다. 고환에 통증이 있으면 24시간, 아무리 늦어도 72시간 안에 처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명 짝불알이 될 수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 참고로 우리 아들은 7일이 지나서 갔는데도, 불행 중 다행으로 고환을 살릴 수 있었다. ㅠ_ㅠ


마지막이다. 신경 문제로 인한 안검하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지금까지 경험하고 있는 아직 뜨거운 이야기다.


...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안검하수가 온 걸 수 있다는 소견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얼마나 급박한 일이던가. 선생님이 오셔서 여러 검사를 하셨고, 물론 이래저래 6시간 정도를 기다리긴 했지만, 간단한 MRI도 찍고, 레지던트 선생님을 만나 시신경 검사, 안압 검사, 안구운동 검사, 시력 검사 등 모든 검사를 순식간에 마쳤다. 결론은 눈에는 이상 무. 아마 신경에 이상이 있을 거라는 의견을 주시며 바로 다음 날 신경과 외래를 잡아주셨다.


눈에 이상이 없음을 알고 난 후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에게 눈이 얼마나 소중한 부위던가.. "그래도 눈에 이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다음 날 나름 편안한 마음으로 혼자 신경과 외래로 갔다. 교수님이 간단하게 볼펜으로 복시가 있는지 등을 검사했는데, 오른쪽을 볼 때 약간의 복시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입원을 하셔야 합니다. 이 경우는 3번 뇌신경 관련된 증상일 경우가 커요. 또한 뇌출혈, 뇌신경, 또는 뇌동맥에 꽈리가 생긴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MRI를 꼭 찍어봐야 하거든요. MRI를 최대한 빨리 찍기 위해서는 입원을 해야 하는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입원 병동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내일 목요일에 입원하면 제일 좋겠지만, 금요일 또는 다음 주 월요일에 입원하실 수도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뇌 관련인만큼 제가 최대한 힘을 써보도록 할게요."


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ㅠ_ㅠ 3번 뇌신경 마비, 뇌출혈, 뇌동맥 문제일 수 있다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입원 수속을 신청하고 병원에서 나왔다. 나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하철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다.


나보다는 아이들이 생각나며 마음이 심란했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휠체어를 의지해 서계신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눈앞에 들어왔다. 오지라퍼인 나는 그분이 탈 때까지 문을 잡고 내리지 않았다. 비장애인 분들이 다 타고, 이제 장애인 아저씨가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오시는 것을 본 후 나는 내렸다. 당연히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겠거니 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근데 웬일인가. 아무도 잡아주지 않아서 그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버린 것이다.


아저씨도 당황스럽고, 나도 당황스럽고.. 둘이 어버버 하는 데 아저씨가 막 울분을 토하며 말씀하셨다.


"이것 봐, 장애인들이 이렇게 살기가 힘들어요. 사람들이 다들 나를 무시하는 거 같아. 그나마 아가씨 같은 분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아가씨 복 많이 받을 거야.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고마워요~"


그 말을 웃으면서 듣다가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자리를 서둘러 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이 혹시 복잡했던 나의 마음을 힐링해주려고 오신 천사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따뜻한 말씀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사람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상황에 따라 작은 말도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분의 앞날에 늘 평화와 평안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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