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어떤 독서의 기록 3

by Dolphin knows


사실 악마의 시는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문학적인 성취를 이뤘지만 유명세를 탄 것은 바로 89년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루흘라 호메이니의 파트와 때문. 파트와는 이슬람 율법의 판례에 해단되는 포고령이다.

호메이니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지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우리는 신 안에 있으며 신께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이슬람, 예언자 그리고 쿠란에 반대하는 악마의 시 작가와 출판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나는 모든 열정적인 무슬림들에게 그들을 신속하게 찾아서 집행할 것을 요구한다. 어느 누구도 이슬람의 존엄성을 모욕할 수 없다. 신의 의지에 따라 이 길에서 죽는 자는 순교자로 간주될 것이다. 루홀라 호메이니"

라는 파트와와 함께 루시디의 목에 미화 300만달러에 해당하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 위 글의 출처

https://vop.co.kr/A00000504105.html



김경일 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를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야말로 중국통인 중문과 교수님 답게 유교의 근원과 작동원리 그리고 왜곡되어 정치사조로 편입된 과정 특히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뒤틀렸는지를 제대로 분석해냈다. 대학시절 이 책을 처음 접하곤 그냥 단숨에 읽어버렸다. 오랜만에 괜찮은 책 나왔다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여기서 참 낯설지 않은 양반이 등장한다. 모 소설가(A.K.A. Red complexed Korean boomer or Comte)가 토를 단 거다. 중문학자도 또 역사학자도 아닌 소설가 뫄뫄는 무려 방송에 나와 자기에게 무슨 권리라도 있는 양. '공자께서는 권위있는 자를 함부로 까지말라 하셨다'는 말을 굳이 네 글자 사자성어를 써서 저 책을 비판했다. 그때 좀 빵 터졌던게 아니 공자를 역사적으로 분석해 까는 책에 공잣말을 빌려 까는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 어우 뭔가 되게 급했구나 싶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이 양반이 왜 버튼 눌렸는지 짐작하고 혼자 낄낄댔던 기억이 있다. 일단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그 중국소설>을 좀 심하게 개판으로 평역해서 돈을 많이 벌긴 했는데, 중문학자들에게 꽤 오랫동안 까였거든... 뭐 등등이 있겠지 싶었다.


이 기시감이라는 게 드는 순간. 흥미가 확 돋아버리는 성질머리를 나도 이해를 못하겠거든.


이 화제의 책에게 붙은 온갖 악명들. 정말 제목을 그대로 '악마의 시'를 담은듯. 저 위대하신 알라의 하수인들께서 그 악마를 처단하시기 위해 온갖 테러질과 폭력 협박을 다 하는 꼬라지를 보면서 와 '반드시 읽어야 겠다'라고 다짐했고 첫 장을 펴는 순간. 그냥 취향저격이다 싶었다.




잊지마라, 세상은 모순적인 거란다: 난장판이란 말이다.
유령들, 나치들, 성자들, 그 모두가 동시대에 살아 숨쉬고 있어.
어느 한 곳에는 더없는행복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지.
이렇게 엉망진창인 곳은 다시 없을 게다.



우당탕탕빙글빙글왁자지껄대환장 블랙코미디 파티다. 그냥 저 근본주의적으로 터번을 머리에 뽝뽝두르고 여자를 죽어라 괴롭히는 또라이들이 웃자고 썼는데 죽자고 달려든거다.

마법과 환상과 거지같은 현실이 맛깔나게 조화된 블랙 코미디. 만약 여기에 SF를 섞어버리면 딱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고 또 여기에 기독교적인 모티프를 강하게 넣으면 <멋진 징조들>이다.


그 두 작품도 나름 웃음 가운데 깊은 뜻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은 무려 '살먼 루슈디'의 책이기 때문에 인도의 역사와 영국의 역사 이민자들이 겪는 모순이 들어있어 그 깊이가 정말 어마무시하다. 이 전에 읽었던 <한밤의 아이들>이 인도의 아픈역사를 블랙코미디와 마술적사실주의로 조금은 심각하고 비극적인 결로 풀어갔다면 이 책은 조금은 더 코미디와 엔터테인먼트 적인 부분을 가미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그 '이슬람 또라이'들이 난리친게 좀 어이가 털렸던게, 이 책은 힌두교도 까고 기독교도 까고 다른 종교의 여러가지 부분들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비유들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심하게 까는 건 '영국'이다. 내가 영국인이었다면 멱살을 잡고 싶었을 정도.(그러나 나는 한국인이기에 무척 재미있고 웃기고 그러기만 했다.) 그러나 영국은 이 책에 상을 주고 밀어줬지 저 또라이들 처럼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협박하고 애먼 사람까지 폭사시키진 않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한 명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나머지 한 명은 종교와 종교 무엇보다 삶에 치이고 지쳐서 다치고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역사와 국가 종교 안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일 뿐이다. 몇 장만 읽어도 '종교를 까기위해 일부러 난리친'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블랙코미디지만 읽을수록 좀 서글퍼진다. 영국에 식민지배를 받았던 인도, 그 인도인이 영국에서 산다면 그것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인종차별받으면서 지워지는 과정을 정말 우당탕탕하게 그려냈고, 인도에 계속 불평등과 고통만을 가져다주는 힌두교의 다양한 신을 연기하며 자기 모순을 겪고 또 비슷한 상처를 받으며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연예인 이야기로 봐주면 안되나보다. 또, 영국에서 갈색인종으로 사는 이민자들의 답답한 일상과 상처들을 매우 잘 그려냈는제 좀 잘 읽어봐주면 안되나? 란 아쉬움이 든다.


겨우 책 한 권 그리고 몇 줄의 글로 존엄이 망가질 그 대단하신 '종교'나 '정치체계'라면 알아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는 편이 낫다.

원래 사람이든 집단이든 정당성 없는 쓰레기같은 짓을 크게 할 수록 그게 드러날까봐 괜히 어줍잖은 틀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지적질 하고 상황을 통제한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중 대가리 빻은 쪽에서 툭하면 써먹는 '동성애, 낙태'라는 카드가 그 짓거리 중 하나고. 뭐 대한민국은 멀쩡한가요? 더 빻았답니다.

거대한 콤플렉스가 읽힌다. 빈곤을 가리기 위한거고. 사실 꾸란에도 없는 더덕더덕 붙이고 추가된 근본주의는 '근본 무슬림 혈통'인 요르단이 아니라 그 주변나라 특히 그 망할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개를 치니까. 결핍은 과잉을 부른다. 자신감이 있으면 당연히 너그럽지. 정당성에 대해 제대로 호소를 못하니까 애먼 약자나 때려잡고 시비나 터는 거 뭐 하루 이틀 뭐 한 두 군데서 본 것도 아니고.

항상 그렇듯이 '어쩌라고'다.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잘 썼고 재미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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