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lphin knows Mar 11. 2023

David Benoit "Conversation"

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ㅣDon't panic 
Just Chatting. 
쫄지 말고 그냥
서로 이빨이나 까자고!

https://youtu.be/NnjnRGLn4dk


그래미에 5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재즈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베누아. 우리에게 스누피로 알려진 찰스 슐츠의 만화 <피너츠>의 기념음반 작업을 했고, 아내에게 헌정한 "Kei's song"등 세련되고 들으면 기분 좋은 곡으로 유명하다. 이 분을 오랫동안 참 좋아했고 내한공연도 갔었다. 그리고, 지금 휴대폰 벨소리가 이 분의 곡 중 하나를 편집한 버전이다. 이 곡은 2012년에 낸 'Conversation'이라는 음반의 대표곡으로 클래식과 재즈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를 재치 있게 담았다.



챗GPT 서비스가 나왔다. 국제 전화번호의 시작이 82인 대한민국의 반응은 역시나 빨랐다.

다양한 매체에서 이 '낯선 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AI의 습격이라느니,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할 수 없어 이제 어떤 직업이 사라질 거라느니 혹은 어떤 유튜버가 이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유튜브의 시대는 다 갔다느니라는 썸네일을 만들어서 조회수를 획득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챗GPT의 활용을 '유료'로 가르쳐 준다는 강의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몇 년 전과 비슷했다.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화제의 중심에 왔을 때 사람들은 무섭다, 큰일 났다. 혹은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감정을 쏟아냈고 그에 발맞추어 구글 애널리틱스와 파이썬 강의(둘은 매우 다른 성질의 것인데, 하나는 툴 하나는 언어)가 강의 포털의 상단을 장식했었다. 물론 저 툴과 언어는 배워두면 매우 유익하다.  패턴이 보였다. 신기한 키워드나 서비스가 뜬다.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갑기보단 두려웠고, 두려우니 뒤쳐질까 또 두려웠고 그러니까 아무 사람이 선생이라고 하면 거기에 돈을 주고 뭐든 배우려 한다. 이 나라는 무자비한 버스와 같아서 발이 느리거나 풍경 구경하면서 지켜보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급한 마음으로 달려가다가 잘못된 번호의 버스를 타기도 한다. 이 모든 건 개인의 책임이다.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불안함에 편승할 건가 혹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이성의 끈으로 친친 동여매고 뇌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나는 항상 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모르면 사랑하기는커녕
두려워하고 피하거나 싸우려 들겠지


챗GPT가 나온 지 몇 주도 안되어 강의팔이들이 생긴 게 영 마뜩잖아서, 담백하게 저 서비스를 시험한 사람의 무료영상을 봤다. 그리고 대부분은 내가 직접 뛰어들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이라. 챗 GPT를 시험 봤다.

내가 챗 GPT에 물어본 건 '포르노의 해악성'이었다. '아동'은 빼고 포르노의 해악성을 검색했는데, 자연스럽게 아동 성착취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챗 GPT에 물어보기 전 내 사전지식과 생각 그에 따른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2012년 법무부 산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연구용역 자료를 본 일이 있다. 제목은 <아동음란물과 성범죄의 상관관계 연구>. 결론은 확실히 있다였다.

성인대 성인 범죄의 경우 시청 횟수보다는 빈도수가 높을 때, 한 마디로 중독상태일 때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았고, 아동성범죄의 경우 아동포르노 시청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수치적으로 매우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포르노의 막이 내린 후에>, <핫 걸 원티드>, <Liberated>라는 넷플릭스 다큐, 특히 작가 안드레아 드워킨의 강연과 그분이 제작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산업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 대부분 집안에서의 학대와 약취를 경험하는 사람이었고, 정신적으로 데미지가 크고 잘못하면 몸에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장면을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양 연기해야 했다.

하나같이 그랬다. 자유라는 말 이전에 판단력이 흐린 사람들을 '꼬여내는' 과정이 있었고, 그 가운데 신체 정신적 착취가 있었으며,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영상에 이용된 사람들은 겉으로야 '자유롭다'라고 하지만 그 뒤에서 병들어가고 있었다.

성인도 그런데 아동포르노는 어떨까 싶었다. 뭐 우리나라에 손정우라는 대단한 인간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온정적인 법무부는 이 세계적인 아동성약취자를 끝끝내 감싸 안고 미국에 보내질 않았다.

항상 이런 업계에서는 약자들, 제3세계의 가난한 여자와 어린이들이 피해자가 된다.

요즘은 젊은 남자들도 게이포르노 업계의 희생양이 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재작년에 일어난 남성 몰카 사건의 범인이 김영준이라는 남성이었고 그 남자에게서 영상을 구매한 검찰에 송치된 19명도 전부 남자였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애초에 포르노 자체가 누군가를 몰래 엿보는 시선으로 만들어졌으니 그게 연출이든 실제 불촬물이든 범죄 여부를 떠나 사람에게 좋은 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챗GPT는 꽤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흐름을 잘 정리했다.


이 문제를 '포르노의 해악성'이라고 물어봤고, 답은 위와 같았다. 아동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았는데 해악성이라는 부분과 아동약취로까지 이어지는 부분을 잘 도출해 냈다.  

놀라웠다. 맥락을 만들고 정리하는 능력에 주목했다.

기본적인 틀은 일반적으로 이렇다고 이야기하고 1-2-3으로 해서 결론을 맺는 것.

가치판단이나 답이 애매한 문제는 저렇게 확실하게 말하기보다는 정리해서 이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확실한 문제는 위처럼 조금은 더 분명하게 나오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챗 GPT는 주요 문서 참고 요약용으로 잘 쓰일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이 자료 저 자료 뒤져서 문장을 짜서 구성해야 하는데, 좀 더 손쉽게 자료를 통합해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이 도구를 난 편리한 자동화 아카이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질문 해봤는데, 의외로 오답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딱 위와 같이 양식화되어 있고 글의 개성은 별로 비치질 않는다.

챗GPT 스러운 문체가 너무도 티가 나서 말이다. 지금이야 그냥 신기해만 보이지만, 한국사람 눈썰미가 정말 대단해서 웬만한 건 걸러내지 않을까 싶다. 굳이 그렇게 겁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꼭 이런 서비스에서 까지 강의팔이가 등장해야 할까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구열이 높아 그런지 대충 가지고 놀면 되는 장난감이나 즐겨야 할 취미를 가지고서도 단계별 학습목표를 짜고 그걸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만의 목표와 목적이 있을 테니 그대로 하라고 하고, 나는 그냥 재미로

챗GPT에게 또 하나를 물어봤다.


챗GPT야,
백설공주를 H.P. 러브크래프트 풍으로 써봐 봐.



오호 이게 되네. 너 똑똑하구나!


근데 딱히 러브크래프트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그냥 백설공주에 웬즈데이 양념 뿌린 뒤 크툴루 추가에 끔살엔딩이네.


나 같음 러브크래프트풍 백설공주를 이렇게 쓸 거다.


백설이는 요그 소토스의 열렬한 추종자인 아빠(친부)가 자기를 제물로 바치려 하자, 아빠 못잖게 슈브 니구라스를 추종하는 엄마(친모)에게 딜을 했다.
아빠처럼 엄마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기를 제물로 바쳐 원하는 걸 얻을 인간이었기에
그동안 자기를 스토킹 하던 옆나라 왕자 놈 하나에게 독사과 먹여 제물감으로 던지니 엄마는 이게 웬 떡이냐 기뻐했고 그렇게 딜에 성공했다. 그렇게 백설인 친부 몰래 친모에게 식량과 패물, 이동수단을 얻어 인스머스로 달아나게 된다.

인스머스에 도착한 백설이. 인스머스 토착민인 물고기 대가리 일곱 명이 있는 집에 신세를 졌는데 그놈들은 치사하게 계속 삼시세끼 붕장어 회만 먹이며(그것도 초고추장도 안 주고) 백설이를 밤낮없이 고기잡이 배에 태우고 그물 씻게 하는 등 노동착취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백설이는 참다 참다 개빡쳐서 물고기 대가리들 다 매운탕 만들어버리고 다른 딥원들이 난리 칠까 봐 던위치로 또 달아난다.

백설인 거기서 윌버 웨이틀리(A.K.A. 요그 소토스 주니어)와 슈브 니구라스의 하위 호완인 검은 염소 몇 마리에게 시비 털렸고, 개죽음당하긴 싫었던 백설이는 네크로노미콘 마법서 등등 온갖 방법을 사용해 겨우겨우 그들을 줘 패서 세상하직 시킨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인 요그 소토스와 슈브 니구라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거 내가 하려고 한 거 아니고 이 짓 안 하면 우리 부모가 나 산채로 당신들한테 바치려고 해서 하는 겁니다. 책임은 우리 부모에게 물으세요. 그분들 님들 만나러 제사라는 걸 빈번하게 해 왔던 거 아시죠? 따로 번호 안 남겨도 연락 가능할 겁니다."

그동안 생고생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마지막 싸움이 워낙 맹렬해서 그랬던지 정신이 붕괴된 백설이는 아캄시티 어느 곳에 있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부모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내가 당신들이 주워섬기는 또라이 신들의 아들 딸들을 조져놨으니 뒷일은 모르겠음. 알아서 책임지세요."라고...


챗 GPT야. 나름 분위기 나게 썼는데 크툴루 하나는 너무 성의 없다. 기왕 크툴루 등장시킬 거면 지하세계가 아니라 르리예가 나왔어야지.

충분히 똑똑하지만 아직 덕력이 좀 아쉬운 친구구만.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신문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고,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도 그런 말을 했었다. 심지어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나오기도 했고. 일부는 맞았다. 그러나 한때 텔레비전의 인기보다 팟캐스트의 인기가 더 대단한 적도 있었고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기존의 매체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공존했다.


챗GPT. 내겐 배워야 하는 필수 기술 혹은 싸워야 하는 미래의 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를 할 수 있는 어떤 대상 혹은 위에도 말했듯 좀 더 발전한 참고용 아카이브 정도로 다가온다.

가끔 오답도 내고 덕력도 부족하지만 참고용으로는 충분히 훌륭한 낯선 아이.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친구도 더 배워서 좀 더 멋진 대답을 내놓지 않을까? 





이전 05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