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바람이 부는 귀퉁이에 사는 사람들
https://www.youtube.com/watch?v=wJhuiRFUskU
팻 메스니 그룹의 영혼을 담당했던, 라일 메이스. 머리와 마음이 온통 혼란스러웠던 나의 십 대 시절, 이 분의 차분한 위로 덕에 겨우겨우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다. 1953년 생인 이 분은 2020년 세상을 떠났다. 그와 음악과 영혼을 나눴던 친구 팻 메스니는 그에 대한 추모글을 남겼고, 사후에 라일 메이스가 상을 탄 것을 개인 계정으로 축하하는 등 그를 누구보다 꾸준히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룹활동도 했지만 솔로음반을 자주 냈는데, 그중 하나가 1986년에 발매한 이 'Lyle Mays'라는 앨범이다. 'Mirror of my heart'등 훌륭한 수록곡이 잘 담겨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앨범. 레이블은 Geffen. 처음 이 곡을 들었을 홀로 높은 데 올라 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관조하는 내가 보였다. 서늘한 위로 라고 해석하고 싶다.
어딜 가도 그들은 일본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니라서 괴롭고,
또한 어디서는 일본인 어디서는 조선인이라서 괴로웠을 테니까.
살다 보면 단단한 벽처럼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할 때도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 모든 것들이 부서지거나
일부가 부서져 몸에 찬 바람을 맞거나 당황할 때가 있다.
경험상 그때가 굳이 나쁜 때는 아니라고 본다.
그때야말로 그전에 내가 보지 못했던
귀퉁이 쪽의 사람들을 볼 기회이고,
그곳에 삶이 숨겨놓은 보물과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수많은 구슬들, 그 구슬들을 내려보내는 단조로운 팔의 움직임과 꼭 파도처럼 떠밀리는 소리들 그리고 구슬과 바꿔주는 참 심플한 선물들은 아마 기회가 열렸으면 그들이 이뤘을 수많은 기회들을 쓸어 보내는 물결 과도 같은 느낌을 줬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수많은 꿈들을 묻고 잊으며 적응하고 쌓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내게 있어 이 소설의 파친코 구슬이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부서진 귀퉁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인 바로 할머니의 미용실 부분이다. 불안한 나머지 머리를 끝까지 손질하지도 못하고 손녀를 찾아 나오는 나이 든 여인의 마음은 어디에 닿아있을까? 상상하게 한다. 그녀의 의사소통은 미용실에 가든 남편과 하든 미묘하게 미끄러진다. 일본인 사회에도, 그렇다고 재일 한국인 사회에도 끼지 않고 바람이 부는 한 귀퉁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문짝처럼 이곳에도 저곳에도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열렸다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