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 리더십
“Ms. OOO, how are you today?”
고등학교 2학년 아이가 내 손을 잡으며 건넨 인사에 가슴이 뭉클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아이는 나를 스쳐 지나가기 바빴다. 그러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마주하고, 작은 변화를 알아봐 주는 그 과정이 우리 사이의 거리를 바꾸어 놓았다.
2019년, 나는 유치원과 초등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학교는 1,300명 규모였지만 곧 코로나가 터지면서 교실은 텅 비고, 학생 등록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 학생 수는 1,800명으로 늘었고,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시절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단순했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믿었다.
2021년, 전체 교감으로 승진했을 때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중·고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 서면, 초등 아이들은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 안겼지만, 중·고등학생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나는 다시 이름을 부르는 것에서 시작했다.
“좋은 아침이야.”
“새 가방 멋지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네?”
처음에는 무심히 대꾸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은 먼저 다가와 내 안부를 묻고, 악수를 청하는 아이들까지 생겨났다.
어느 날 한 학부모님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 그러더군요. ‘엄마, 이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은 Ms. OOO야.’라고요.”
그 아이의 과목을 직접 가르친 적도 없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해주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교과목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주고 기억해 주는 한 사람이라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2024년, 교장 대행을 맡으며 리더로서의 무게는 더 커졌다. 교사 배치 하나, 학부모의 작은 문의 하나가 학교 전체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학기 초 1600명이던 학생 수는 이제 1,800명을 넘어섰고 2,0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성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의 무게였다.
리더의 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게는 내가 걸어온 길의 증거였고, 교사와 학부모,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쌓아온 신뢰가 만들어낸 선물이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고, 함께였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학교는 더 커질 것이다. 나의 책임도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무게를 견디는 힘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생긴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교문 앞에 선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 눈빛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먼저 다가와 건네는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다짐한다.
1,800명의 아이들 하나하나가 빛나는 학교, 그 꿈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