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혼식에서 내 동생에게 첫눈에 반한 제부는, 두 달간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동생의 마음을 열고,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8개월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내 동생과의 결혼에 성공했다. 제부는 결혼식 일주일 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런던 집을 정리한 후 한국으로 들어갔다. 살면서 그가 한 가장 큰 도박,이었다.
시집이 외국에 있는 나와 동생은 (우리가 이민오기 전까지) 명절마다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녔다. 작년 추석 여행지는 해운대였고 우린 일찌감치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랐다. 누가 절친 아니랄까 봐,남편과 제부는주말마다 만났는데 무슨 할 얘기가 또 쌓였는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기바빴다. 제부는 일 년에 한두 번 놀러 가는 호텔에 외국인 카지노가 있으면재미 삼아 들러서겜블링을 하고 싶어 했다. 그때도 카지노 출입을 위해 여권을 가져왔는지 남편에게 물었다.
목적 없이 돈 쓰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갬블 할 돈으로 공차를 두 잔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남편의 갬블 예산이 딱 그 정도이다). 그래도 제부를 위해 카지노를 간다. 절친이 원하는 거니 한 시간, 만원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작년 겨울, 영종도에 있는 호텔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곳이었다. 애들을 재우고, 나와 동생이 맥주 한 잔을 할 동안 남자 둘이 카지노를 다녀왔다. 한 시간이 채 안 됐는데, 둘이 깔깔거리며 돌아왔다. 남편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내가 베팅을 했는데 36배를 땄어"
했다. 소리 지르면 애들이 깰까 봐, 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희번덕 거리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옆에서 의미 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던 제부가 덧붙인다.
"근데 베팅액이 천 원이었어."
아니야, 이게 현실일 리 없어. 에라이. 삼만육천 원을 딴 남편이 오늘 운은 다 했다며 서둘러 호텔로 복귀하자고 했단다. 너무나 진심을 다해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백만 원을 베팅할 일이 절대로 없는데, 만약 그랬으면(아, 삼천육백만 원!!) 하고 생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하, 말이나 못 하면.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아니, 천 원 미니멈 베팅은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씩씩거리는 나를 보며 동생과 제부가 박장대소했다.
남편의 최애, 공차 자몽그린티
재작년 그 악몽(?)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이번엔 제발 천 원 베팅하지 마'라고 했더니 만 원짜리를 흔들며 알아서 해 보겠다고 씩 웃는다. 친구를 위해 버릴 수 있는 돈이 만원, 인 그는 그날도 딱 가져간 만큼의 돈만 쓰고 돌아왔다. 가진돈이 만원이었으니 잭팟이 터져도 삼십육만 원이었지만... 계속 미련을 못 버리고, 딸 뻔했던, 딸 수도 있었던 그 돈에 집착하는 내가 이상한 거겠지... 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