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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 Lee Oct 18. 2020

8. MBTI가 뭐야?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2020년의 세상은 MBTI로 티셔츠까지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라고 하늘나라에 있는 심리학자 칼 융에게 말한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칼 구스타프 융, 그는 MBTI라는 심리 검사의 토대가 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MBTI는 안다. 마치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MBTI의 세상이 되어 있는 것만 같은 갑작스러움이 이 열풍에는 있다. 요즘은 너도나도 서로의 MBTI 검사 결과를 묻곤 한다.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학의 교육학과에서도 심리학을 배운다. 실은 온갖 종류의 인문사회 학문 중 ‘교육’에 관한 부분을 교집합으로 묶어놓은 학문이 교육학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학문을 학부 4년, 석사과정 2년 동안 공부했다. 이런 내가 갑자기 불어 닥친 MBTI 광풍과는 별개로 MBTI를 친숙하게 여기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게다가 내가 속해 있던 학과의 교수님 중 한 분께서 MBTI 검사를 한국에 처음 번역해 소개한 두 분의 학자 중 한 사람이셨다. 덕분에 학부를 4년 다니는 동안 교육심리학 관련 교과목을 수강하며 정식 MBTI 검사를 세 번 이상 받았다.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INFP.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 네 개의 알파벳은 각각 하나의 우세한 성향을 드러낸다. 우선 첫 번째 자리에는 외향성(E)과 내향성(I) 중 보다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알파벳이 오고, 두 번째 자리에는 직관(N)에 의지하는지 감각(S)에 의지하는지를, 세 번째 자리에는 사고 중심(T)인지 감정 중심(F)인지, 마지막 네 번째 자리엔 인식(P)과 판단(J) 중 무엇을 앞세우는지를 드러내주는 알파벳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이 나오게 된다. 정식 검사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많이 하는 심리테스트 형의 약식 검사보다 훨씬 많은 답변을 요하고, 각각의 수치 역시 피험자가 정확히 알 수 있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내가 받아든 네 개의 알파벳을 분석하면 이렇다. 내향적이고(I), 감각보다는 직관을 많이 사용하며(N), 감정 중심이고(F), 인식을 앞세우는(P) 유형. 높은 이상을 가지고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 일명 ‘잔다르크 형’이라고도 한다. 나의 동생 역시 대학 시절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취업 관련 포트폴리오에 MBTI 유형을 쓸 것을 대체로 권장해 온 강사가 “절대 취업 포트폴리오에 검사 결과를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하긴, 첫 번째에서 이미 밝혀야 할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 분명히 지금 사람들은 재미로 즐기고 있을 텐데, 이쯤 되면 재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이를 공신력 있는 결과로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교수님, 즉 한국에 처음 MBTI를 들여 오신 두 분 중 한 분께도 수업을 몇 차례 들은 적이 있다. 그 교수님께서 강의 중 이 심리검사를 설명하며 가장 경계하신 부분 또한 이런 것이었던 게 기억난다. “결과를 가지고 절대 누군가를 ‘으이구, 그러니 니가 그렇지.’하며 속단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 그것은 되래 자기성찰용에 가깝다. 자가측정 후 모자라는 부분을 파악하는 등의 필수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라는 뜻이지, 채용이나 관계 형성 등 타인에 대한 공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정식 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돈도 많이 꽤 드는 반면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약식검사로 했을 때 더이상 부동의 INFP만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정확히 포착하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인터넷에 떠도는 약식 테스트가 아닌 전문가와의 분석을 동반한 정식 검사도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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