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이야기 | 농사짓는 수행 공동체의 여느 일상
이 글은 브런치북으로 엮기 위해 재업로드한 글입니다.
(원문: https://brunch.co.kr/@hhy134/12)
오늘은 정말 오늘, 2023년 11월 22일의 일과를 적어보려고 한다. 공양 짓는 사진은 오늘 찍은 사진이 없어서, 며칠 전 공양 사진들을 끌어모았다. 하루하루 모습이 비슷하다.
'나 출가해서, 수행 공동체에 있어'라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일과를 궁금해한다.
수행 공동체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지내는가?
명상만 주야장천 하는가?
이 생활은 다만 하나의 문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오늘 3:45 알람에 일어났다.
오늘은 내가 도량석 차례이기 때문이다.
해우소(화장실)를 다녀오고,
청수(물)를 떠서 법당으로 온다.
* 도량석 : 절에서 하루 중 가장 먼저 만물을 깨우는 소리. 우리 공동체에서는 목탁으로 친다. 이를 포함해 아래 나오는 풀이는 사전에 나온 정식 풀이가 아니라 작가의 풀이임.
4시에 도량석을 친다.
(도도도도도도도도도.... 도도) ; 목탁 소리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 3번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지미 사바하 * 3번
개경게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아금문견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
개법장진언
옴 아라남 아라다 * 3번
대방광불 화엄경 의상조사 법성게
어쩌고~ 저쩌고~
15분 동안 학교 복도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도량석을 친다. 그 다음 법당에 들어가 새벽 기도 전까지 명상을 한다.
04:30 새벽 기도
04:45 공양간으로 나온다.
오늘은 내가 공양당번이다. 아침 공양은 발우공양이다. 우리 인원은 6명밖에 안 된다. 보통 공양하는 사람이 10명 내외까지 있는데, 이들을 위해 1명의 공양당번이 공양을 짓는다.
거의 매일 식단이 이와 비슷하다. 원래 3찬인데, 나는 농사짓는 공동체에 속해 있어서 4찬까지 허용된다.
05:55 공양 목탁을 친다. 다들 청소 소임을 마무리하고, 발우공양을 하러 온다.
06:00 발우공양을 한다. 게송을 읊으면서 밥을 뜨고, 조용히 먹고, 비우고 씻어 먹고, 헹군다.
07:00 발우공양을 마치고, 팀원들과 (하루를) 여는 모임을 한다. 나는 정토마을 농사팀에 속해있고, 수련원에 있는 유통팀도 함께 한다.
07:10 설거지 및 공양간 정리
08:00 휴식 - 요새 체력이 달려서 잠깐 눈을 붙였다. 아주 오랜만에 무서운 꿈을 꿨다.
09:00 농사팀 주례회의
10:30 김장 준비로 회의를 추가로 30분 정도 더 했다.
11:00 다시 공양 지으러 공양간으로 간다. 두부도 굽고, 볶음도 하고.
호떡 믹스가 있었다. 호떡을 구웠다.
12:00 공양 목탁을 친다. 다들 공양 먹으러 온다.
12:30 설거지
13:00 밭으로 간다. 오늘은 3명의 공동체 식구와 함께 밭을 향했다.
가을이 한창이다.
오늘은 밭에 있는 지주대를 뽑는다.
너무 깊이 박혀서 뽑기가 너무 힘들다.
허리 뽑히는 줄 알았다.
다음에는 꼭 20cm 정도만 박도록 해야지.
16:30 일수행하다가 '시간에 깨어있지 못해' 16:30에 김장 총회의 있는 것을 깜박했다. 얼른 후다닥 학교로 들어와, 온라인으로 들어갔다.
일수행 : 수행의 한 방편이 명상인 것처럼, 일을 수행으로서 하는 것.
17:00 김장 총회의 - 첫 회의라 간단하게 브리핑하고 마무리
17:30 현재 브런치 작성 중
19:00 저녁 예불 - 15분이다. (새벽 기도는 1시간이다)
19:30 수행 법회 - 오늘은 수요일. 매주 일주일에 한 번은 법회를 본다.
회의를 마치고, 전화 통화 한 번 하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취침.
아주 평범한 일상
매일 같으면서도 다른 일상
처음에는 이 일상이 지루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평범한 하루도 매일매일이 전혀 지루함 없이 맞이하게 됐다.
평범한 하루에 순간순간 집중하면, 하나도 같은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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