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2. 마이애미 커피숍
사장님과 사모님과 처남 아저씨와의 추억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가성비면에서 과외가 최고였지만 저는 능력 부족이었습니다.
과외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학생의 성적을 올려줘 봤자 제 성적 정도일 텐데, 제 성적 받자고 과외하는 학생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애초부터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주로 구했습니다.
저의 첫 아르바이트는 마이애미 커피숍 서빙 자리였어요.
대학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동네 커피숍에 무작정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문 앞에 분홍색 커피잔 모양 네온사인이 붙어있던 마이애미 커피숍에는 재밌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사장님은 룸살롱 사업을 병행하는 분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보는 유흥업소 사장님의 이미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수더분한 분이셨어요.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인색하지 않으셨고요.
복병은 사장님의 부인이었습니다. 가끔 정말 맛없는 반찬을 한두 가지 싸오셔서는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점심에 밥을 해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점심값 제공이었는데 그게 아까웠나 봅니다.
"여자들이 둘이나 있는데 왜 자꾸 사 먹어? 밥만 하면 되잖아. 전기밥솥도 있잖아."
이게 늘 하시는 멘트였어요.
사모님은 이틀에 한 번씩은 전화를 해서 저희에게 사장님의 행방을 꼬치꼬치 캐 물었는데요. 그 전화를 받을 때마다 저와 주방 언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누며 불륜 드라마 스토리를 상상하곤 했죠.
커피숍이 자리를 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모님의 동생이 등장합니다. 그 커피숍을 차린 이유가 백수 처남 자리 잡게 해 주기 위해서였더라구요.
처남 아저씨는 사장님보다 훨씬 그릇이 작았어요. 스무 살 먹은 어린 제가 봐도 사람 됨됨이라는 것이 저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저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예영 언니는 카페 주방 경력이 많아서 스카우트되어 온 사람이었습니다. 예영 언니는 처남 아저씨에게 메뉴 만드는걸 하나씩 알려주는 임무도 맡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두 개씩 연습 삼아 메뉴를 만들었는데요. 처남 아저씨는 그걸 팔지 못하는 것이 아까워서 손님이 올 때마다 이미 만들어놓은 메뉴를 시킬 수 있게 유도하라고 저에게 징징대곤 하셨죠. 이미 맛을 본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처남 아저씨가 얄미워서 절대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연습으로 만든 것을 주로 제가 먹었습니다.
어느 날은 사장님의 오랜 지인이 커피숍을 방문하셨습니다.
"홍차 주세요."
주문한 홍차를 가져가자 한 모금 드시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물었어요.
"위스키 안 넣었어요?"
"아... 위스키.... 요?"
"야 야. 여긴 그렇게 안 넣어."
사장님이 웃으며 지인에게 타박을 했습니다.
"아니, 위스키 안 넣고 홍차를 무슨 맛으로 먹어? 그럼 설탕이라도 줘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홍차에 위스키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는 것을요.
짙은 화장을 한 연세가 지긋하신 여성분이, 위스키를 넣고 싶지만 설탕밖에 넣을 수 없었던 홍차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 옆얼굴을 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카페 음료 만드는 법도 배웠습니다.
당시 그곳의 커피 메뉴는 원두커피, 맥심 커피, 초이스 커피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어요.
맥심과 초이스 커피는 말 그대로 각각의 인스턴트커피를 뜨거운 물에 타고, 설탕과 프리마를 함께 내가는 메뉴였습니다. 가격은 천오백 원쯤 받았던 것 같아요.
다방만큼이나 이제는 사라져 버린 커피숍 스타일이죠. 더구나 서울 변두리에서 룸살롱 사장님이 운영하시던 커피숍은 조금 더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마이애미 커피숍이 생각나네요.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던 저의 첫 용돈벌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