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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07. 2024

숱한 연애를 통해 배운 것들

연애는 또 하나의 대인관계이다.

나는 숱한, 정말 숱하디 숱한 연애를 하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이성과의 만남은 동성과의 만남과는 다르게  정신적, 마음적으로 훨씬 가깝다. 서로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며 어쩌면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다. 적어도 사귀는 기간에만 말이다. 참 미묘하고 어렵고 복잡한 실타래가 엉키고 엉킨 관계라고 할까.


그래도 남녀관계란건 만나면 항상 재밌다.


나는 연애를 통해 남자친구들에게 나 자신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며 나 자신을 알아갔다.

그중 하나는 나는 똑똑하다는 것이다. 이건 나와 사귀었던 대부분의 남자친구들이 알려주었다.

"넌, 참 똑똑하고 재밌는 아이야."

난 이성과의 대화를 좋아한다.

남성의 사고회로는 여성과 다르다.

하지만 나는 '남성향'의 두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들은 나에게 말한다.

"네가 다양한 분야들에 관심이 많아서 너랑 이야기하면 재밌어."

  이공계열, 의학, 혹은 스포츠, 예술 쪽 분야의 남자친구들이 한결같이 말해주었다.


그다음은 내가 지극히 개인주의자라는 사실이다.

남자친구들은 나에게 묻는다. "넌 내가 어디서 뭐하는지 안 궁금해?"

"응"

"전혀 안 궁금해"

"만났을 때 재밌으면 되지 굳이 왜 그런 쓸데없는 연락을 해?"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개인의 시간들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책을 읽거나 사회문화 흐름을 공부하거나, 창작, 여행하는 시간은 누구의 방해도 받기 싫다. 특히 미술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등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랑 사귀는 사람이건 지인이든 누구든 단지   

 ‘뭐 하는지' 궁금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건 관심이 없는 것과는 많이 다른 문제다. 나의 개인시간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개인 시간들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난 자존심이 강하다. 그 알랑한 자존심 때문에 사랑을 놓친 적이 많다.

1년쯤 사귄 XX의학과 의사였던 그와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나의 알랑한 자존심 덕분에...


그와 나는 참 잘 맞았다. 좋아하는 음악도 음식 취향도 여러모로 안 맞은 적이 없다.

의사여서 그가 마음에 든 건 맞다. 의사니깐, 키가 좀 작아도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안 잘생겨도 만났다.

 상당한 장거리 연애였지만 그는 매번 나를 보러 왔다.

응급실 업무는 많이 고되다. 밤낮이 틀어져 그는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날 보러 매번 왔다.

그 사람은 부모님 때문에 결혼이 다급했고 나를 이리저리 탐색하며 당장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런 그가 나에게 말실수를 했다.

"우리 아버지가 널 마음에 안 들어하실 테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남자친구는 어쩔 줄 몰라 “이게 아닌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가 무슨 말을 계속했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와버렸다. 나를 데려다 주려하자 뿌리쳤다. 그가 나에게 차비를 쥐어줬다.

나는 며칠 동안 그에게서 카톡이 왔지만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며칠이 쌓인 카톡에는 내가 자신의 집안을 무시할까 봐 괜한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이 정말 닫혔다.

그리고 그를 차단해 버렸다.

그는 충분히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존감이 낮았다. 그리고 의사도 저렇게 매사 자신감이 없을 수 있단걸  그를 통해 알았다.


그렇지만 조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진짜 그 사람이 좋았다면 나도 그 사람을 붙잡았겠지.

우린 이만큼의 인연이었겠지. 그래도 소중했던 시간들이었어.

언제든 같이 멀리 여행 다녔던 추억들도 재밌었다고 생각해.

너의 낡은 자동차를 타고 말이야.


연애는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는다. 그래서 연애는 많이 해보아도 좋다.


어떤 선택을 할 때의 그때의 나는 매번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라 믿는다.

그게 숱한 연애를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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