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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02. 2024

'누가' 불편한가? [한국의 레깅스]

골프장, 헬스장


한국의 내가 사는 아파트 골프장과 헬스장에   이상한 안내문이 붙었다.


레깅스와 노출 심한 옷 입지 마세요.
불편합니다.


이 안내문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니, 도대체 '누가' 불편한가?


미술관도 오페라 공연장도 아닌 헬스장과 골프장에서 운동복을 입지 마세요! 라니


‘나'는 레깅스와 탑을 입는 것이 편한데  '누구'는 불편하단 뜻이다.


레깅스 주제 글이 포털에 여러번 노출되었고 레깅스 입고 소개팅하는 여자는 10만 조회수, 뉴요커는 레깅스를 입는다는 수천의 조회수가 나왔다. 댓글은 지금은 삭제했지만 레깅스 입고 소개팅하는 여자는 논란답게 9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고 절반이 부정적인 댓글이었다.

https://brunch.co.kr/@hanseoyul/304

https://brunch.co.kr/@hanseoyul/82


이 글을 미국 포털에 썼다면 과연 주목받았을까?


그중 댓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겹다'

  '쉬워 보인다'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 그런 여자 같다'  이런 댓글들이 피식했다.


반면, 긍정 댓글은 다음과 같다.

이곳 캐나다는 엄마와 딸이 룰루레몬 입고 마트장도 본다.

뱃살이 있든 뚱뚱하든 누구나 레깅스에 탑을 입어요.

긍정적인 댓글을 단 분들은 해외 거주자였다.


아니, 한국에서 레깅스만 입었을 뿐인데 이런 말을 들어야 하다니! 죄인이라도 된 듯하다.


한국에서의 레깅스와 노출은 아직까지도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맨해튼 곳곳에 몸매 상관없이 ALO와 룰루레몬 입은 여자들이 즐비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일상복인데 왜 이런 맹비난을 듣는 걸까?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자신이 건강을 지키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2024년에도 저런 경고문이 붙는다.


한국과 미국은 다른 곳이다. 문화도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한국은 왜 누가 누군가의 의복을 검열하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이는 왜 남의 눈치를 봐야 하나? 와 같은 말이다. 튀어서도 노출해서도 안 되는 남의 눈에 고만고만 히 거슬리지 않기 위해 헬스장과 골프장에서도 레깅스를 못 입는다는 거다.  

내 동생 안나가 레깅스와 탑을 입고 아파트 1층 헬스장에 갔다가 경고문을 보고 다시 올라왔다. 운동하는 공간에서 운동복을 입지말라는 이상한 아파트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니,  운동하는 공간에서 조차 ‘누가’ 제약하는가?


나는 필라테스를 다녀올 때도 위에 바람막이를 하나 걸쳐야하나? 고민고민한다. 바로 그 경고문 때문이다. 이건 정말 불편하다.

 

레깅스와 노출이 있는 탑을 입은 것이

 '누가' 불편한가?


나는 '누가'를 알고 싶다.


그리고 '나는' 편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조금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혹은 남에게 관심을 덜 두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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