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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 Oct 29. 2022

휴가, 회사를 떠나 나를 찾는 이야기, 시작하며

#한스는휴가중 #우리는출근중

방학은 우리가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약 1~2달 동안에 주어진 자유는, 비록 시간과 나이를 들수록, 대학입시와 취업 준비, 그리고 그 취업을 위한 다양한 대외 활동에 점점 더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그래도 나의 의지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한다. 회사원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방학이 없다는 점이다. 나의 직장 생활은 매일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어떤 회사원에게는 늘 새로운 하루에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피곤함이었다. 매일 새로운 하루들이 반복되고 조금씩 지쳐가는 나를 위로해주는 새로운 방학은 바로 월급날이었다. 하지만 지난날의 나는 왜 이리도 돈을 많이 썼는지, 통장의 잔고는 빠르게 줄어들며 허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빠르게 지나가고, 명절은 직장 상사 같은 가족과 친척들의 잔소리에 빠르게 흘러간다.


지친 하루의 시작과 끝은 출근길의 햇빛과 퇴근길의 불빛이 반겨준다. 가끔은 외근길의 새로운 풍경은 사무실에서 지친 나를 달래주었다. 시간마다 바뀌는 태양의 온기와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과 공기의 느낌은, ‘그래도 오늘 하루 잘 시작하고 버텼구나' 하며 늘 반복됨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었다. 내가 살아가고 위로받는 이 도시, 서울. 나는 그 서울의 소소한 풍경을 사진에 남기고 기록했다. 어떠한 목적 없이 내가 기록한 그 풍경 하나하나에 나의 감정을 새겨왔다. 늘 반복되는 하루를 위로해준 서울의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회사원에게는 방학이 필요했고, 새로운 풍경이 그리웠다. 처음 가본, 몇 년 전에 가봤던, 가본 적은 없지만 늘 동경하던 곳들의 풍경들. 회사에서의 나는 물론 개인적인 여러 복잡한 일들로부터 치유해주고 싶었다. 늘 반복되는 새로운 풍경도 좋았지만, 가끔은 방학 같은 경험이 필요했다. 이런 시기에 떠나는 휴가는 방학만큼 설레는 경험이다. 휴가를 마음먹는 순간,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순간, 그리고 숙소부터 여행지까지 하나나 검색하는 순간까지, 아직 나는 서울에 있고 회사를 향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휴가가 시작되었다. 간혹 실제 여행보다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멀어질수록 도시의 모습은, 내리쬐는 빛의 색과 공기의 느낌이 달라진다. 낯선 사람들의 모습과 언어, 문화와 음식들은 나를 더 설레게 만든다. 새로운 도시를 거닐며 온몸으로 새로운 빛과 공기를 느낀다.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씩 경험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내가 생각한 진정한 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 밝고 긍정적이었던 나, 모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나, 서울의 어느 한 직장인에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듯 나를 찾아본다. 이렇게 낯선 새로움을 즐기며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본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서울과 나의 일상이, 마치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처럼 그리워진다. 여행에서만큼은 지치지 않던 나의 체력도 조금씩 피곤함에 지쳐간다. 이렇게 새로움의 즐거움도 다해가고, 그렇게 나의 휴가를 고요히 마무리한다.


처음인 곳도 좋다. 여러 번 가봤던 곳도 좋다. 여행과 휴가는 언제나 즐겁고 그곳에서의 나를 찾아가는 길의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낯선 모든 것에게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좋다. 힘들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시간만 된다면, 그리고 통장 속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만큼의 나를 찾아 떠나는 티켓을 찾아본다. 이렇게 직장인의 짧지만 알찬, 휴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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