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숨고 싶어 지는 날
열심히 일을 했는데 오히려 속상해지는 날이 있다.
무엇인가 보상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예상과 다르게 나쁜 피드백을 받으면 자괴감이 든다.
직접적인 나쁜 피드백이 아니어도 전해지는 어색한 기운에 압도당한다. 내가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눈치를 보고 있다.
벌써 기에 눌렸다. 이런 내가 싫어진다.
실수는 나만 기억하는데 그 실수가 내내 맴돈다.
더 똑 부러지게 말할 걸 그랬나?
그때 왜 그 말이 튀어나왔지?
못되게 얘기한 사람도 밉다.
왜 그 모양으로 얘기하지?
왜 저렇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음이 제대로 컨트롤 안된다. 갑자기 다 내 잘못 같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예정되어 있던 모임에도 나가기 싫어졌다. 밥도 먹기 싫고 그냥 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이 났다. 작은 실수에 쪼그라드는 내가 찌질하고 남도 미워졌다.
이런 나를 애써 달래며 친구들이 있는 모임으로 몸을 갖다 놔주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 덕분에 찌그러졌던 내 자아가 펴진다. 친구들의 재미있는 다양한 삶을 듣다 보면 방금 전까지 암흑으로 덮여 있던 나의 소우주에 빛이 조금씩 스며든다.
이곳에서 지나 간 과거의 후회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 주변에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가에 따라 나의 삶이 바뀌나 보다.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이렇게 나의 찌질함을 흘려보낸다.